[책의 향기]나는 끝없이 환생하는 개… 왜 또 돌아왔냐고요?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9월 21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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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의 기억 가지고 환생하는 개
영화 ‘베일리 어게인’ 원작 개정판
삶의 이유 찾아가는 과정 감동적
◇개의 목적/W브루스 카메론 지음·이창희 옮김/424쪽·1만7800원·페티앙북스

사람들은 여러 가지 목적을 갖고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무엇이 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삶을 살아가느냐가 아닐까. 이 책은 전생의 기억을 간직한 채 끊임없이 환생하는 ‘베일리’라는 개의 시선을 통해서 삶의 의미와 목적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앰블린 엔터테인먼트사가 제작한 영화 ‘베일리 어게인’(2017년)의 원작으로도 잘 알려졌다. 10년 전 출간된 ‘내 삶의 목적’의 개정판이다.

소설은 떠돌이 잡종견 베일리가 천방지축 골든리트리버에서 수색구조 경찰견으로 환생하는 여정을 좇는다. 가족을 사랑하는 것이 삶의 완전한 목적이라고 믿었던 베일리는 경찰견으로 환생하면서 혼란을 겪게 된다. 가족의 곁을 지키는 것, 사람의 명령을 따르는 것은 그의 임무이지만 그것이 과연 존재의 이유가 될 수 있을까. ‘견생’의 의미를 탐구하기 시작하는 베일리의 고민은 사람이 자신의 존재 목적에 갖는 질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들에게 상처받은 개가 결국 자신을 사랑해주는 가족을 만나고, 이들을 구하게 된다는 서사 자체는 다소 단조롭게 느껴진다. 그러나 평범한 이야기이면서도 공감력이 있다. 반려동물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빈집에서 가족이 돌아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베일리의 모습에서 마음이 먹먹해질지 모른다. 한때 떠돌이 개였던 베일리는 음식물 쓰레기 수거 차량에 대해 “크고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 트럭은 사람들이 우리 먹으라고 내다 놓은 음식물 봉지를 모조리 빼앗아 가버린다” 등으로 묘사하는 장면은 웃음을 자아낸다.

베일리는 고군분투 끝에 ‘사랑하는 존재를 위해 내 자리를 지키는 것’이 삶의 진정한 목적임을 깨닫는다. 크고 작은 의무를 끊임없이 지고 사는 우리의 존재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책의 부제가 ‘인간을 위한 소설’인 이유다. 책은 지난하고 지루한 삶 속에 결코 무의미한 순간은 없다는 점을 되새기게 한다. 일상적이고 따뜻한 문체로 그려진 덕에 부담 없이 술술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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