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공산주의 향한 혐오가 2차 대전 원인”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9월 21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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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유령/조너선 해슬럼 지음·우동현 옮김/636쪽·4만4000원·21세기북스

“핼리팩스는 모든 나치 지도자가 마음에 들었다고 털어놓았어요. 심지어 헤르만 괴링까지도요.”

영국 정치인 헨리 채넘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화론자였던 핼리팩스 영국 외교장관과의 대화를 회고한 내용이다. 핼리팩스가 나치에 우호적이었던 것은 “이들이 진정으로 공산주의를 증오하는 자들”이었기 때문이었다. 핼리팩스는 나치의 재무장이 가속화될 때도 공동의 적(소비에트 공산주의)에 맞서 영국이 독일과 협력해야 한다고 믿었다.

역대 최악의 전쟁으로 기억된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지 불과 21년 만에 2차 대전이 터진 이유에 대해서는 지금도 미스터리다. 1차 대전에 패배한 독일에 대한 과도한 배상금, 경제 불황, 나치 의도에 대한 연합국의 오인 등이 원인으로 거론되지만 당시 시대상은 한 가지 요인으로만 설명하기 힘든 복잡성을 내포하고 있어서다.

전간기 국제관계사 연구 권위자로 영국 케임브리지대 명예교수인 저자는 공산주의에 대한 연합국의 과도한 두려움과 혐오가 2차 대전 발발의 원인이 됐다는 주장을 편다. 반공주의를 앞세운 파시즘에 현혹된 영미권 자본주의 세력이 초기에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못했다는 것. 히틀러와 무솔리니가 자국에서 권력을 얻는 과정과 스페인 내전, 만주사변 등 일련의 변곡점에서 국제 공산주의가 변수가 됐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러시아 내전에서 볼셰비키의 승리, 이탈리아·독일에서 파시즘의 권력 쟁취 등 정치 불안이 투자를 위축시켜 극단주의가 부상할 수 있는 경제적 토대로 이어진 것도 2차 대전 발발에 영향을 미쳤다.

#2차 세계대전#연합국#공산주의 혐오#두려움#반공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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