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가라면 그런 생각을 하죠. ‘세상에 음악가가 많은데 내 음악의 의미는 뭘까’라는. 슈베르트조차 ‘베토벤을 넘을 수 없을 것 같은데 음악을 하는 게 맞나’라고 말했다고 해요. 그런 슈베르트가 제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피아니스트 원재연(36)에게 올가을의 선택은 슈베르트다.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리사이틀 메인곡으로 그는 슈베르트의 유작인 마지막 3대 피아노소나타 중 두 번째인 20번 D.959를 택했다. 전반부에는 미뉴엣 A장조와 ‘세 개의 피아노 소품’ D 946 등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곡들을 연주한다.
“베토벤을 뛰어넘지 못한다고 고민한 슈베르트였지만 베토벤에게 묻히지 않고 연주되는 데는 자기만의 순수함이나 단순함 같은 매력이 있기 때문이죠. 한 음악학자는 ‘슈베르트가 베토벤을 넘는 곳이 있다면 20번 소나타 4악장 론도’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 곡은 원재연이 어린 시절부터 끌린 곡이었다. “이 곡을 중심으로 슈베르트의 성격이나 인생을 언젠가 풀어보려 해요. 피아니스트 아르카디 볼로도스도 이 곡을 오랫동안 연주했고 저도 실황 연주로 네 번 정도 봤거든요. 이 곡에 대한 꿈 같은 게 늘 있었어요.”
‘세 개의 피아노 소품’도 슈베르트의 순수함을 잘 보여주는 곡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냥 들을 때는 이런 쉬운 곡이 있나 싶어요. 오스트리아 알프스 지역의 민요를 그냥 옮긴 듯한 느낌이죠. 그런데 악보를 보면 단순하지 않거든요.” 그에 따르면 슈베르트는 연주자가 해석해야 하는 부분이 많은 작곡가다. “음표를 잇는 법이나 셈여림 같은 지시가 악보에 많이 있지 않기 때문에 연주자가 재창조하며 관객들을 설득시켜야 하는 면이 베토벤보다 많고, 그만큼 어렵습니다.”
원재연은 최근 지휘라는 새 영역에 도전했다. 지난달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그는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12번과 23번을 직접 지휘하고 피아노 독주도 했다. 그는 “계속 도전할 수 있는 것, 새로운 걸 찾아 할 수 있는 건 어렵지만 축복받은 일”이라며 “솔직히 말해 피아노 연주보다 훨씬 재미있고 행복했다. (지휘에) 중독돼 있는 상태”라고 고백했다.
음반 소식도 있다. 그는 “베를린의 텔덱스 스튜디오에서 유명 엔지니어 마틴 자우어의 엔지니어링으로 앨범을 녹음했다”고 귀띔했다. 새 음반은 내년 오닉스 레이블로 발매될 예정이다. 레퍼토리에 대해서 그는 “나오면 알게 될 것”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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