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LSO) 수석지휘자로 취임한 이탈리아계 영국 지휘자 안토니오 파파노 경이 LSO를 이끌고 내한한다. LSO는 경쟁이 치열한 영국 오케스트라 가운데서도 영국을 넘어 베를린 필, 로열 콘세트르헤바우 오케스트라 등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실력을 인정받는 악단으로 꼽힌다.
파파노 경은 2002년부터 올해까지 런던 로열오페라 음악감독으로, 2005∼2023년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재직한 바 있다. 그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한 인터뷰에서 LSO에는 일종의 ‘감정지능’이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악단의 특징을 소개하신다면….
“1996년 푸치니 오페라 ‘제비’를 녹음하면서 처음 LSO를 만났죠. 비트를 주자 오케스트라가 활력과 위풍당당함으로 폭발하던 모습을 잊지 못해요. 페라리를 타고 가속 페달을 밟은 느낌이었습니다. LSO는 연습 중 몇 마디 말만으로도 복잡하고 깊고 인간적인 음악이 탄생합니다. 앞으로 LSO의 교육 활동에도 힘을 쏟고자 합니다. 영상과 소리를 결합하는 새로운 기술들을 활용해 더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습니다.”
파파노 경은 2018년 당시 음악감독을 맡고 있던 로마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내한한 바 있다. 이번 내한에서 그는 10월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피아니스트 유자 왕과 쇼팽 피아노협주곡 2번을 협연하고 말러 교향곡 1번을 메인곡으로 들려준다. 3일 롯데콘서트홀 공연에서는 유자 왕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1번을 협연하며 파이프오르간과 오케스트라가 호흡을 맞추는 생상스 교향곡 3번 ‘오르간’이 메인곡이다.
―피아니스트 유자 왕에 대한 생각을 여쭙고 싶습니다.
“유자 왕은 특별한 아우라와 개성을 갖고 있죠. 화려한 의상으로 유명하지만 외적인 모습으로만 봐서는 안 됩니다. 그는 음악에 헌신적이고, 철저히 준비하며 풍부한 감정을 가진 음악가예요. 스스로를 끊임없이 시험해왔다는 점에서 동료 음악가로서 존경심을 갖고 있습니다.”
―9월에 발간된 자서전 ‘음악 속의 나의 삶(My life in music)’에서 클래식은 새로운 청중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생각을 밝혔습니다.
“콘서트는 감각적으로 체험돼야 합니다. 감정적으로 깊숙이 와 닿는 경험을 제공해야 하죠. 클래식 음악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청중이 ‘이런 엄청난 음악을 더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것이 나의 목표이고, 그것은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이번 공연에는 올해 1월 한국인 최초 LSO 종신 단원이자 아시아인 최초 LSO 더블베이스 종신 단원으로 임용된 더블베이스 연주자 임채문(28)이 참여한다. 그는 “LSO는 뜨겁게 끓어오르는 강렬한 사운드와 모두가 하나 되는 호흡이 큰 장점”이라고 밝히며 “파파노 경은 오랫동안 오페라를 지휘한 경험 때문인지 노래하듯 연주하는 걸 중시한다. 한계를 뛰어넘는 숨 막히는 사운드를 만들어 낼 때는 감탄이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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