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울고 땅이 통곡할 국경의 대참사 사건
- 벽촌 한밤중에 갑자기 나타난 40여 명의 무장 부대가 지나가고, 마을 전체가 멸망하였다
- 치솟는 불길에 무고한 주민들이 한순간에 처참하게 죽어가다
- 6가구가 전소되었고, 28명이 불에 타 죽다
- 잿더미 속에서 인간의 형체는 사라지고, 남은 것은 개와 닭의 잔해뿐. 마치 백골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잿더미 속에서 매미가 우는 듯한 소리가 들리고, 어렴풋이 총성까지 울리다. 너무나 비참하고 처절한 현장, 폐허만 남아 있다
- 독립단은 경찰의 소행이라 주장하고, 경찰은 독립단의 소행이라며 책임을 미루다. 이 사건의 진실은 하늘과 독자가 판단할 것
- 끔찍한 고문과 극형. “무장 부대가 우리 집에도 찾아와서…”라고 말한 피난 중인 15세 소녀 송씨의 증언
- 창자를 끌어안고 맹렬한 불길 속에서 도망친 최씨의 이야기와 그 전후의 참혹한 광경
- 잔혹한 악마는 누구인가? 청산도 말없이 주민들이 이 끔찍한 재앙을 피해 달아나니, 하늘과 땅에 물어볼 자가 없다. 남은 마당에는 ‘지카타비’ 자국만 남았다
◇ 사건 개요: 8월 7일 오전 6시경, 그 마을에서 약 25리 떨어진 곳에 있는 화창면 주재소를 독립단이 습격하려다 중지하고, 약 25명이 신흥동으로 올라가 마을 사람들의 집에서 밥을 해 먹은 일이 있었다. 그 이튿날 새벽, 일본 경찰이 마을로 들이닥쳤고, 피해를 당한 여섯 가구를 포위한 후 독립단이 밥을 해 먹고 간 일이 있느냐고 추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사실대로 말하면 멸망할 것이 두려워 자백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를 빌미로 끔찍한 고문을 시작했다. 결국 마을 사람들은 고문을 견디지 못하고 독립단이 밥을 해 먹고 간 일을 자백하고 말았다. 이로 인해 9일에는 경찰이 일시에 그들을 석방하여 주민들이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11일 밤, 주민들은 느닷없이 그와 같은 참사를 당하게 되었다.
◇ 피해 상황:
김응채(金應彩)의 집 - 8명이 불에 타 죽었다. 김응채와 그의 아내, 세 아들, 차남의 아내, 손자 2살 된 아이 등 8명의 가족이 불에 타 사망했다.
전명길(全明吉)의 집 - 2명이 타 죽고, 전명길과 그의 아버지는 행방불명이 되었다.
이창섭(李昌涉)의 집 - 이창섭과 그의 아내, 아들 등 4명이 사망했다.
최응규(崔應奎)의 집 - 6명이 사망했다. 최응규와 그의 아내, 그의 부모, 아들과 장모가 사망하고, 고용인 최흥주와 그의 아들만이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송지항(宋芝恒)의 집 - 4명이 사망했다. 송지항의 아내와 사위 등이 사망하고 송지항 본인과 딸만이 살아남았다.
김창성(金昌盛)의 집 - 4명이 사망했다. 김창성과 그의 딸, 장남, 고용인 등이 사망했다. 집 여섯 채가 완전히 소실되었으며, 가축과 곡식 또한 전부 타버려 물질적 피해는 수천 원에 달한다.
◇ 사건 이후: 화재가 발생한 후, 마을 주민들은 불안과 공포에 사로잡혀 시시각각 자신들에게도 참화가 닥쳐올까 두려워했다. 주민들은 남부여대하고 피란을 떠나거나 산속으로 몸을 숨겼으며, 마을은 마치 유령 마을처럼 변해갔다. 남은 시신들은 부근의 공동묘지에 임시로 매장되었고, 며칠 후에야 경찰이 사건 조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 생존자 이야기: 최흥주는 그날 밤 자신과 가족이 끔찍한 재앙을 당했던 일을 설명했다. 무장 부대가 찾아와 가족을 결박하고 방 안에 가둔 후 불을 질렀다고 한다. 가까스로 탈출했지만 그의 아들은 배에 총을 맞아 창자가 나오는 상태에서 살아남았다.
사건 발생 광경과 누구의 소행인지를 백방으로 탐문하였으나 그곳 사람들은 워낙 놀란 가슴이라 사람을 보기만 하면 뿔뿔이 피하여 달아나기만 하고 아무리 신문사 직원이라고 하여도 시종 독립단인지 경관인지 알지 못하여 의심하는 모습으로 분명 어떠한 사람들로부터 “그날 밤에는 화광이 층천한 바람에 비로소 무슨 일이 났나보다 생각하였으나 원체 위험한 까닭으로 가보지 못하고 그 이튿날 아침에 가보니 아무도 보이지 아니하고 불만 여전히 탈 뿐이었는데 간혹 피해자의 문전에서는 “지까다비”(일본 버선)자리가 어지럽게 박혀 있을 뿐이더라“는 사람도 있는데 자기네들끼리 수군수군하는 눈치를 보아 이와 같은 참혹한 일을 한 사람이 누구인 것은 분명한 일이나 사람 죽이기를 물 마시듯 하는 이곳에서는 더 이상 자세히 조사할 길이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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