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시아 지역 복합리조트(IR) 산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에서 벗어나 강력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마카오, 필리핀, 싱가포르 같은 기존 중심지들은 특히 회복세가 빨라 거의 팬데믹 이전 수준에 도달했다. 베트남, 캄보디아 등 신흥 시장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여기에 일본과 태국까지 복합리조트 시장 진출에 나서면서 아시아는 세계적인 카지노 허브이자 새로운 격전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마카오: 大회복의 선두 주자
마카오는 중국 본토 관광객의 귀환과 함께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3년 마카오의 총게임매출(GGR)은 226억 달러(약 30조 원)를 기록했다. 이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 GGR 361억 달러(48조 3400억 원)의 62%에 해당한다. 이러한 회복세는 올해도 계속돼 조만간 팬데믹 이전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카지노 산업 회복과 확장을 위한 정부 차원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마카오 정부는 카지노 운영자들에게 비게임 부문에 대한 투자를 요구했다. 마카오를 종합적인 관광지로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이에 따라 마카오의 주요 카지노 운영사들은 리조트 내에 공연장과 레스토랑, 쇼핑몰 등 비게임 시설을 확장하고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샌즈 차이나(Sands China)가 홍콩의 엠퍼러 엔터테인먼트 그룹(Emperor Entertainment Group)과 협력해 런더너 마카오 리조트에서 다양한 쇼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필리핀: 아시아 최대 카지노 허브로 부상
필리핀은 아시아 최대의 카지노 허브로 부상 중이다. 현재 필리핀에서 운영하는 카지노 수는 약 50개로, 아시아에서 가장 많다. 마닐라와 세부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새로운 카지노 리조트가 속속 문을 열었고, 필리핀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과 국내 소비자 모두를 대상으로 수익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필리핀 카지노 산업은 ‘포고(POGO, Philippine Offshore Gaming Operator)’ 제도를 통해 주변 아시아 국가들보다 빠르게 성장했다. POGO는 필리핀 내에서 역외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도박 운영을 허용하는 제도로, 이를 통해 코로나19 기간에도 필리핀의 온라인 도박 시장이 급성장했다. 필리핀은 자국민의 카지노 출입을 허용하고 있어 국내 소비 수요도 크게 늘었다. 또 정부 규제기관인 필리핀오락게임공사(PAGCOR)는 해외로부터 더 큰 투자 유치를 위해 기존 국영 카지노 민영화 계획을 발표했다.
싱가포르: VIP 고객을 겨냥한 확장 전략
싱가포르 고급 카지노 리조트인 마리나 베이 샌즈와 리조트 월드 센토사는 VIP 고객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시설을 개장하며, 세계 각국 고액 자산가와 관광객 유치에 나섰다. 특히 올해 초부터 시행된 중국과의 30일 상호 비자 면제 프로그램과 양국 간 항공노선 복원 등으로 중국 관광객의 유입을 적극 유도했다. 싱가포르 관광청(STB)에 따르면 올해 7월 중국 관광객 수는 41만여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23만여 명) 78.5%가 증가했다. 이런 흐름 덕분에 올해 싱가포르 카지노의 예상 GGR은 52억 달러(약 6조 9000억 원)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46억 달러(약 6조 1200억 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싱가포르 카지노 산업은 정부의 강력한 규제와 관리 하에 운영된다. 최근에는 자금세탁방지(AML) 법안 개정을 통해 카지노 운영의 투명성과 보안을 강화했는데, 이러한 규제는 카지노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하면서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 받는다.
베트남과 캄보디아: 신흥 시장의 빠른 성장
베트남과 캄보디아는 아시아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신흥 시장이다. 베트남은 그동안 외국인 전용 카지노만 허용해 왔는데, 2019년 문을 연 푸꾸옥의 코로나 리조트&카지노에 자국민 출입을 처음으로 허용했다. 베트남 정부는 제한적 개방을 통해 자국 내 소비 수요 창출과 함께 카지노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캄보디아에서는 약 90개의 카지노가 운영 중이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프놈펜에 세워진 대규모 리조트인 나가월드로, 캄보디아 최대 규모인 이곳은 카지노뿐만 아니라 고급 호텔과 레스토랑, 스파, 회의장 등이 갖춰져 있다. 캄보디아는 중국을 포함한 주변국 관광객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을 강화하며 관광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과 태국: 복합리조트로 시장 진입
일본에서는 금융회사 오릭스가 오사카 해변의 유메시마 인공섬에 49만2000㎡(약 15만 평) 규모의 복합리조트를 짓고 ‘일본 1호’ 카지노를 개장할 예정이다. 개장 목표는 2029년 하반기. 관광산업 활성화와 경기 부양을 위해 2018년 카지노를 합법화하고 복합리조트 도입을 추진해온 일본 정부의 첫 성과다. 일본 정부는 연간 관광객 2000만 명을 유치해 5200억 엔(약 5조 1000억 원)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도박을 금지해온 태국도 최근 카지노 합법화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해 10월 카지노 합법화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한 태국 의회는 관련 법안을 올해 4월 의결했고, 태국 정부는 이를 근거로 카지노를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복합단지 개발 계획을 채택했다. 태국은 관련 행정 절차와 사업자 선정을 연내 마무리해 오사카 복합리조트보다 먼저 개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2029년까지 계획 중인 복합리조트는 최대 8개다.
한국 카지노 경쟁력 확보 방안 마련 시급
한국 카지노 시장 역시 다른 아시아 국가와 마찬가지로 팬데믹의 영향에서 벗어나 빠르게 회복하는 중이다. 한국에는 모두 18개의 카지노가 운영 중인데, 강원랜드를 제외한 17개가 모두 외국인 전용이다. 이 때문에 해외 관광객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강원랜드는 팬데믹 기간 동안에도 국내 방문객을 기반으로 어느 정도 수익을 유지했으나, 외국인 전용 카지노들은 관광객 감소로 큰 타격을 입었다. 이들은 2023년 이후 해외 관광객 수가 점차 증가하면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는 아시아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외국인 관광객 유치 다변화와 비게임 부문 강화, 규제 투명성 확보 등과 같은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가 지난해 11월 개최한 ‘세계 주요 국가 카지노 산업 정책 방향과 국내 카지노 시장 경쟁력 확보 방안’ 연구용역 세미나에서 발표자로 나선 이충기 경희대 관광학과 교수는 “일본 복합리조트까지 개장하면 우리나라 카지노 산업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 있다”며 “국내 카지노 시장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전폭적인 카지노 산업 육성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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