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헨더슨’ 경매 현장 가보니
홍콩 도심 한눈에 보이는 공간서 호크니-마그리트 등 명작 선보여
22~26일 프리뷰 1만2840명 찾아… ‘수련’ 340억원 등 총 1750억 낙찰
노먼 포스터가 설계한 HSBC 빌딩, 이오 밍 페이의 중국은행 타워 등 세계적인 건축가가 만든 고층 빌딩과 고급 쇼핑몰이 모여 있는 홍콩 센트럴 지역에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가 만든 새 랜드마크 빌딩 ‘더 헨더슨’이 등장했다. 홍콩을 상징하는 보히니아 꽃봉오리에서 영감을 얻은 곡선 형태가 특징인 이 빌딩에 크리스티 아시아태평양 본사가 확장, 이전했다. 첫 경매를 시작한 현장을 지난달 26일 찾았다.
크리스티 홍콩은 더 헨더슨에서 4645㎡(약 1405평) 규모 4개 층 공간을 사용한다. 이 중 2개 층은 경매장과 전시장으로, 1개 층은 고객 전용 공간으로 사전 예약을 통해 출입이 가능하다. 전시장은 과거 홍콩 컨벤션 센터를 임대해 열었을 때보다 작은 규모였지만, 과거에는 고미술부터 근현대 미술은 물론 보석, 럭셔리도 한 번에 경매가 열렸다면 이번엔 20/21세기 미술과 도자기 경매만 열렸다는 점이 다르다.
전시장에는 홍콩 도심이 보이는 채광창이 있는 공간도 마련됐고, 크리스티 뉴욕에서 경매 예정인 데이비드 호크니,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이 포함된 미카 에르투건 컬렉션도 일부 관람할 수 있었다. 여기에 이날 이브닝 경매에 출품 예정인 클로드 모네의 ‘수련’과 빈센트 반 고흐의 ‘정박한 배’를 보기 위해 컬렉터뿐 아니라 작가, 젊은 세대 관람객도 눈에 띄었다. 크리스티 관계자는 “22일부터 26일까지 프리뷰 기간 동안 1만2840명이 방문했다”고 밝혔다.
고객 전용 공간에서는 예술 서적을 열람하거나 경매에 나온 와인, 핸드백, 시계와 부동산 정보까지 볼 수 있었으며, 공개 경매가 아닌 프라이빗 세일로 판매되는 고흐의 작품도 걸려 있었다. 크리스티 아시아 지역 총괄 사장인 프랜시스 벨린은 “새 본사에서 가장 기대되는 점은 전시, 행사, 경매를 1년 내내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우리 직원들까지 같은 공간에서 함께할 수 있으며, 경매는 물론 교육 등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예술 허브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티는 개관 경매에 모네, 고흐, 김환기 등 고가의 작품을 구매자가 확보된 3자 개런티(경매사가 아닌 제3자가 낙찰가를 보증해 주는 형태)로 출품하고 불황인 만큼 동시대 작가보다 블루칩 작품에 집중하며 분위기를 띄우려 노력했다.
경매 결과 모네의 ‘수련’(2억 홍콩달러·약 339억9700만 원), 고흐의 ‘정박한 배’(2억1500만 홍콩달러·약 365억4700만 원), 김환기의 ‘9-XII-71 #216’(4600만 홍콩달러·약 78억1940만 원) 모두 큰 경합 없이 추정가 하단에 낙찰됐지만 모네와 고흐는 아시아 경매에서 작가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날 ‘20세기/21세기 미술 이브닝 경매’ 낙찰 총액은 10억4000만 홍콩달러(약 1750억 원)로 지난해 하반기(10억5000만 홍콩달러)와 비슷했고 올해 상반기(9억6300만 홍콩달러)보다는 높았으며 낙찰률은 93%였다.
벨린 사장은 “상반기 경매에서는 하반기 헨더슨 이전 프로젝트가 있었고, 고객들도 새 본사에서 작품을 출품하고 싶어 해 예년보다 떨어질 수 있지만 하반기에 더 좋은 결과가 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10월 럭셔리, 11월 고미술 경매도 아직 출품작을 발표하진 않았지만 중요한 소장품을 확보해 자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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