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커: 폴리 아 되’ 국내 개봉
조커의 방황과 회개에 초점 맞춰
전작의 폭력성 빼고 로맨스 채워
은은한 달빛 아래 남녀가 서로를 안고 춤을 춘다. 멋들어지게 턱시도를 갖춰 입은 남자가 또박또박 스텝을 밟는다. 금발의 여자는 온몸을 남자에게 맡긴 채 따라간다. 감미로운 음악이 흐르고 둘은 사랑에 빠진 듯 황홀한 표정을 짓는다. 영화 ‘라라랜드’(2016년)의 한 장면처럼 로맨틱하다.
하지만 남자의 얼굴을 보는 순간 환상은 부서질 것이다. 남자는 광대처럼 얼굴을 하얗게 칠하고 입술과 코 주위를 붉게 물들였다. 분장으로 입꼬리를 올려 마치 웃는 것처럼 보이지만 눈은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내 여자에겐 다정하기 그지없지만 사실 이 남자는 6명을 잔인하게 죽인 살인마 ‘조커’다.
1일 국내 개봉한 영화 ‘조커: 폴리 아 되’는 ‘어둠의 라라랜드’라는 별명이 딱 들어맞는 작품이다. 국내에서 관객 528만 명을 동원한 전작 ‘조커’(2019년)는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이 악당 조커로 변모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렸다. 이에 비해 신작은 조커가 전편에서 저지른 범죄로 감옥에 갇힌 뒤 할리퀸(레이디 가가)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에 집중했다. 영화의 부제 ‘폴리 아 되(Folie `a Deux)’는 밀접한 두 사람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정신장애를 가진다는 뜻의 프랑스어다.
신작은 뮤지컬 영화다. 미국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조커의 여자 친구 할리퀸으로 변신해 미국 가수 지미 듀랜트(1893∼1980)의 ‘스마일(Smile)’을 부른다. 조커와 할리퀸이 함께 탭댄스를 추는 장면은 관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토드 필립스 감독은 지난달 26일 국내 언론과의 화상 간담회에서 “1편에서도 아서는 외톨이지만 내면엔 낭만이 있고 머릿속에선 늘 음악이 연주되고 있었다. 2편을 만든다면 아서의 내면이 밖으로 표출되기를 바랐다”고 했다.
피닉스의 연기는 여전히 뛰어나다. 피닉스는 사랑에 빠진 해맑은 아서의 모습부터 순식간에 광기에 빠진 조커로 변하는 모습을 철저하게 재현한다. 전편 때 하루에 사과 한 알만 먹고 23kg을 감량한 피닉스는 신작에선 더 야위었다. 피닉스는 “23kg 이상 살을 빼고 연기에 나섰다. 6주 정도 매일 2시간가량 춤 연습을 하며 준비했다”며 “조커 시리즈를 촬영할 때는 한순간도 지루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다만 조커가 부조리한 사회에 시원한 복수를 한 전편과 달리 신작은 조커의 방황과 회개에 초점을 맞춰 카타르시스가 부족하다. 영화의 주 이야기인 수감 생활과 재판 과정을 설득력 있게 펼쳐 냈는지도 미지수다. 전편 개봉 당시 모방 범죄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은 점을 의식해서인지 폭력적인 장면을 대폭 줄여 전작의 팬이라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