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협주곡 20-23번 앨범에
지휘자 한스 그라프와 환상 호흡
11월 1, 2일 모차르트 소나타 연주
“연주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널찍한 녹음실 전체에 퍼져 앉았습니다. 마스크도 쓸 수 없는 관악 연주자들이 가장 멀리 앉았는데, 소리가 늦게 전달되는 게 느껴질 정도였죠.”
피아니스트 겸 오르가니스트, 하프시코드 연주자인 조재혁이 9월 내놓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23번 앨범은 코로나19 시대의 산물이다. 오키드 레이블로 나온 이 앨범의 녹음은 대역병의 거친 기세가 유럽을 한 차례 휩쓴 뒤 조금 잦아든 2020년 8월 런던의 헨리 우드 홀에서 이뤄졌다. 그와 오래 호흡을 맞춰 온 지휘자 한스 그라프와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함께했다.
“저와 오케스트라 모두 프로 음악가니까 어떻게든 적응해야 했죠. 다음 날이라도 녹음이 취소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모두 서로의 소리에 비상하게 집중하며 녹음을 마쳤습니다. 바그너가 말했던 뜻과는 조금 다르지만 ‘종합예술’이란 말이 떠올랐어요.”
다행히 여러 차례 그래미상 후보에 오른 앨범 프로듀서 애나 배리와 최고의 엔지니어들이 현장에 함께했다. 결과물인 앨범에서 악기 사이의 소리 지연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 대신 악조건을 극복하고자 하는 집중력이 앨범에 담긴 시공간을 채운다.
조재혁에게 올해는 ‘모차르트의 해’다. 7월 6일을 시작으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네 차례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8곡 전곡을 연주한다. 11월 1, 2일 두 차례가 남았다. 시리즈를 준비하면서 그는 “아름답고 옅은 색채로 연주하는 게 정석이었던 모차르트 피아노 음악의 테두리를 넘어 오페라처럼 강렬하고 어두울 수 있는 모차르트 음악을 표현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번 앨범에도 그는 때로 오페라를 연상시키는 강렬함과 어두움을 담아냈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중 유난히 깊고 어두운 20번 D단조 협주곡 1악장 전개부에서 긴 프레이즈(악절의 연결)로 무거운 화음의 층을 쌓아 올리거나 큰 강약의 대조를 선보인다. 지휘자 그라프와의 호흡은 이런 색깔에 대한 모차르트 전문가의 ‘추인’처럼 느껴진다.
그라프는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음대 지휘과 교수와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지냈다. 현 싱가포르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인 그는 러시아 국립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3번(2021년),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협주곡 1번(2022년) 앨범 등에서 조재혁과 호흡을 맞췄다.
조재혁은 피아노 녹음 외에도 2019년 바흐, 리스트, 비도르의 오르간 작품집 앨범을 발매하는 등 활발한 앨범 활동을 펼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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