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근대 시절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태어난 장소 주변을 평생 벗어나지 못했다. 과학기술 혁명에 따른 교통과 도시의 발달이 이뤄진 뒤에야 활동 반경이 급격히 넓어졌다. 지구상 어디라도 가지 못하는 곳이 없어졌다. 그만큼 많은 경험을 누리고, 많은 이들을 만나게 됐지만, 현대인들의 고독과 불안은 오히려 깊어지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일까.
이에 대해 영국 유명 작가로 국내에도 팬층이 두꺼운 저자는 이 책에서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현대인이 갖는 고통의 원인이 현대사회 자체에서 기인한다는 것. 과학 발달로 인한 가치관의 붕괴가 현대사회의 구조적 특성과 맞물려 사람들에게 고통을 준다는 얘기다. 예컨대 개인의 모든 성취를 신과 결부시킨 전통사회에선 사람들이 자신의 실패를 자기 존재의 결함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신을 믿지 않는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실패는 오롯이 자신에게 귀결되며, 구원의 희망조차 품을 수 없게 됐다.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켕이 전통사회의 10배에 이르는 현대사회의 자살률에 주목한 이유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현대가 일종의 질병이며, 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치료의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다행스러운 점은 홀로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비록 각자가 괴로움을 겪고 있긴 해도, 우리가 처한 상황은 우리 마음이 아니라 이 시대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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