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5주년 기념 콘서트로 재결합한 ‘걸크러시 원조’ 2NE1
8년 만에 4인 완전체로 뭉쳐… 2시간 동안 히트곡 21곡 ‘라이브’
더 성숙해진 멤버들 가창력 돋보여… 사흘간 1만2000명 관객들 열광
“놀 준비 됐죠?”
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 걸그룹 투애니원(2NE1)의 목소리가 힘차게 울려퍼졌다. 이들의 데뷔 15주년을 기념해 이날 열린 ‘웰컴 백 인 서울(WELCOME BACK IN SEOUL)’ 콘서트 현장은 거대한 노래방을 방불케 했다. 원조 걸크러시 콘셉트로 사랑받으며 많은 히트곡을 낸 ‘K팝 레전드’답게 팬들은 모든 노래를 떼창 하며 여걸들의 귀환에 환호했다.
2NE1이 4명의 완전체로 뭉친 것은 2016년 11월 팀 해체 후 8년 만이다. 단독 콘서트로는 2014년 3월 이후 10년 6개월 만이다. 멤버 씨엘(CL)과 산다라박, 박봄, 공민지는 각자 소속사가 다르지만, 이번에는 원래 몸담았던 YG엔터테인먼트와 함께 공연을 꾸렸다. 데뷔 15주년을 앞두고 멤버들이 양현석 YG 총괄 프로듀서를 만나 공연 의사를 타진한 데 따른 것.
“나 미-미-미-미-미-미-미-치고 싶어. 더 빨리 뛰-뛰-뛰-뛰-뛰-뛰-뛰-뛰-뛰고 싶어.” 붉은 조명과 함께 강렬한 원색 옷을 입고 무대에 등장한 2NE1은 데뷔곡 ‘파이어(Fire)’로 분위기를 달궜다. 밴드 반주에 맞춰 ‘박수쳐’, ‘캔트 노바디(Can’t Nobody)’ 등 히트곡을 연이어 라이브로 선보인 멤버들은 금세 땀으로 젖었지만 표정은 시종일관 들떠 있었다. 공연 중간에 멤버들이 “2NE1”을 선창하자 관객들은 “놀자!”로 화답했다.
2009년 싸이월드 뮤직 연간차트 1위에 오른 ‘아이 돈 케어(I Don’t Care)’가 흘러나오자 스탠딩석뿐 아니라 객석의 관객들도 일제히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했다. “무릎 꿇고 잘못을 뉘우쳐, 아님 눈앞에서 당장 꺼져.” 바람 피운 남자친구를 일갈하는 하이라이트 대목에선 팬들의 함성이 극에 달했다.
“올림픽홀은 저희한테 특별한 곳이에요. 첫 콘서트를 여기서 했으니까요. 그때 (콘서트에) 너무 가고 싶었는데 학생이라 못 오신 분들 여기 계신가요?”(산다라박) 쉬지 않고 라이브를 이어간 지 약 1시간 20분이 돼서야 멤버들이 말문을 열었다. 공민지가 “그땐 열여섯 살이었지만 이제는 숙녀가 됐다. 민지가 여러분의 손에서 자란 것 같아서 감사하다”고 하자, 객석에서 함성이 터졌다. 씨엘은 “많은 분들이 추억을 공유하고, 새로 오신 분들은 이런 그룹이 있다는 것을 아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클래식한 공연을 준비했다”고 했다.
‘클래식한’이란 씨엘의 말대로 이날 공연엔 아이돌 콘서트에서 으레 등장하는 화려한 편곡이나 특별 게스트는 없었다. 하지만 그 덕에 대중이 기억하는 2NE1의 히트곡을 예전 감성으로 오롯이 즐길 수 있었다. 특히 검은 정장 차림으로 ‘그리워해요’, ‘아파’, ‘론리(Lonely)’ 등의 발라드를 부를 때는 10년이 지나 더 성숙해진 멤버들의 가창력이 돋보였다. 일종의 유행어가 된 “누가 제일 잘나가? 내가 제일 잘나가”란 가사와 격렬한 댄스가 합쳐진 ‘내가 제일 잘나가’는 넘치는 카리스마를 보여 줬다.
이날 2시간 동안 21곡을 선보인 2NE1은 4∼6일 진행된 서울 콘서트에서 관객 1만2000명을 끌어모았다. 공연이 갑자기 성사돼 대관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비교적 수용 인원이 적은 홀을 예약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공연 중 산다라박이 “티켓 대란이라던데 앵콜 콘서트를 더 큰 데서 해야 하지 않겠냐”는 말을 하기도 했다. 2NE1은 서울 공연 후 필리핀 마닐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일본 고베 등 9개 도시에 걸쳐 총 15회의 아시아 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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