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감독님의 협주곡은 화성을 혁신적으로 사용하는데도 신기하게 귀에는 편하게 들립니다. 악기에 대한 작곡가의 깊은 이해가 들어 있죠. 관객들이 쉽게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클라리네티스트 김한(28)이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서울국제음악제(SIMF) 폐막연주회에서 작곡가 류재준(54//SIMF 예술감독)의 클라리넷 협주곡을 만프레드 호네크 지휘 SIMF 오케스트라 협연으로 세계 초연한다. 김한이 류재준의 클라리넷 곡 초연에 참여하는 것은 2013년 클라리넷 소나타, 2015년 클라리넷 5중주곡에 이어 세 번째이자 9년 만이다. 류재준은 김한의 5촌 외당숙(어머니의 4촌)이다.
핀란드 헬싱키 방송교향악단 클라리넷 부수석을 거쳐 올해부터 파리 오페라 클라리넷 수석으로 자리를 옮긴 김한을 전화로 만났다. 그는 작곡가 당숙을 ‘감독님’으로 불렀다.
“처음 클라리넷 소나타를 연주하고 12년이 흐르는 동안 감독님의 스타일도 바뀌었어요. 바뀌지 않는 것은 자신이 의도한 것을 관객이 더 편하게 들을 수 있게 잘 풀어서 전달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이죠.” 그는 과거 연주한 류재준의 작품들이 화음의 변화를 많이 준 작품이라면 요즘은 조(調)가 없는데도 조성음악처럼 편하게 들리는 음악이 나온다고 말했다. “다른 특징이라면 선율이 굉장히 길어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선율의 흐름을 잘 살리는 데 신경 쓰며 연습하고 있습니다.”
그에게 올해 시작된 파리 생활이 어떤지 물어보았다. “예술의 도시인만큼 예술적으로 받는 영감이 많아요. 준공무원 신분이니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무료로 들어갈 수 있거든요. 스스로를 위해 시간을 보낼 선택지가 많아 만족합니다.”
오페라에서 오케스트라 단원은 무대 앞의 낮은 ‘피트’에 들어가 관객의 시선을 받지 못한 채 연주한다. 섭섭하지 않을까. “음악적으로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기회는 오히려 더 많은 것 같아요. 성악가의 선율을 함께 연주하거나 성악가와 2중창처럼 연주할 때도 많거든요. 리허설 횟수도 많아서 한 가지 음악을 깊이 탐구할 수 있어요. 오히려 더 큰 재미를 느낍니다.”
그에게 오페라는 어린 시절부터 친숙한 세계다. 그의 할머니가 원로 소프라노 박노경(89·서울대 명예교수)다. 그의 집안은 이름난 클래식 명문가다. 클라리넷도 그가 리코더를 잘 부는 걸 눈여겨본 큰아버지 김승근(서울대 국악과 교수)의 추천으로 시작했다.
통화를 마친 후 작곡가 류재준에게 전화를 했다. 그는 “김한은 작품의 호흡을 굉장히 잘 읽어내는 연주가다. 그에게 연주를 맡기면 안정된 느낌이 들어서 편하다”고 말했다.
2024 서울국제음악제는 18일 개막음악회 ‘바르샤바의 가을’로 시작해 19일 ‘비엔나의 여름’, 20일 ‘프라하의 봄’, 21일 ‘서울의 정경’, 23일 ‘부다페스트의 겨울’, 25일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와 피아니스트 랄프 고토니의 슈베르트 ‘겨울나그네’, 26일 폐막음악회로 이어진다. 폐막음악회와 서울 용산구 일신홀에서 열리는 ‘서울의 정경’ 이외 연주회는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다. 김한은 폐막연주회 외 19일 콘서트 쇤베르크 ‘정화된 밤’ 연주와 한국 창작곡이 연주되는 21일 콘서트에도 참여한다. 폐막 연주회는 류재준의 클라리넷 협주곡에 이어 올해 탄생 200주년을 맞은 브루크너의 교향곡 7번이 연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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