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만 믿고 살 수 있나요, 각자의 방식대로 선택해야죠”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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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운명의 힘’ 연출한 이회수
거부못할 운명, 선택 관점서 해석
대전예술의전당이 제작하고 공연

대전예술의전당 제작 베르디 오페라 ‘운명의 힘’을 연출하는 이회수는 “선택이라는 관점에서 작품 속 운명을 해석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회수 연출가 제공
대전예술의전당 제작 베르디 오페라 ‘운명의 힘’을 연출하는 이회수는 “선택이라는 관점에서 작품 속 운명을 해석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회수 연출가 제공
“삶이 부조리하다고 해도 인간은 각자의 방향을 가지고 선택을 하죠. 그런 ‘선택’의 관점에서 운명을 바라보고자 합니다.”

오페라 연출가 이회수가 대전예술의전당이 제작한 베르디 오페라 ‘운명의 힘’을 연출한다. 10월 16∼19일 공연되는 이 작품은 거부할 수 없는 운명에 휘말린 세 남녀의 비극을 그렸다. 이회수는 이탈리아 로마 국립예술원에서 무대디자인과 연출을 전공했고 2013년 대한민국 오페라대상에서 창작부문 ‘손양원’으로 작품대상과 연출대상을 최연소 수상했다.

“저는 운명론자는 아니에요. 우리가 알지 못하는 힘은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짜인 운명만 믿고 살아간다면 인간은 너무나 나약한 존재가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오페라에서 여주인공 레오노라의 연인인 돈 알바로는 바닥에 떨어뜨린 권총에서 총알이 발사되는 바람에 레오노라의 아버지를 죽게 만든다. 레오노라의 오빠인 돈 카를로는 복수를 위해 돈 알바로를 찾아다니지만 돈 알바로는 상대의 정체를 알지 못한 채 우연히 위기에 처한 돈 카를로를 구해주게 되는데….

“신화 속 시시포스가 생각났어요. 신의 노여움을 사서 계속 바위를 굴려 올리지만 거듭 굴러떨어지죠. 부조리 속에서 자신만의 방향성을 가지고 선택할 수 있는 존재가 인간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처음엔 극중 인물들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 알바로는 ‘이건 운명이다’라며 피해 다니기만 했을까. 왜 카를로는 원수를 찾아다니다가 결국 자기 동생까지 죽이게 될까. 레오노라는 왜 알바로를 잊지 못하고 수녀원에 들어갔을까. 어떤 면에서는 한심하게 보였죠.” 그는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을 세심하게 표현해 이들의 행동이 가능한 한 관객에게 합리적으로 느껴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극이 대략 세 개의 부분으로 나뉜다고 말했다. 시시포스적인 부분, 인간이 신의 뜻을 해석하는 데 필요한 종교적인 부분(교회), 전쟁 부분이다. “견고한 듯하면서 무너지기도 하지만 인간이 소중하고 빛나게 가져온 것이 신앙이 아닐까 합니다. 제가 표현한 교회는 온전하지 않은, 허물어진 모습이에요. 하지만 회전 무대를 돌렸을 때 그 안의 모습은 빛나고 화려한 모습이 되죠.”

대전예술의전당이 공연하는 베르디 ‘운명의 힘’은 여주인공 레오노라 역에 소프라노 조선형 정소영, 그의 연인 돈 알바로 역에 테너 국윤종 박성규, 그의 원수이자 레오노라의 오빠인 돈 카를로 역에 바리톤 길경호 김광현이 출연한다. 홍석원 부산시향 예술감독이 지휘하고 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반주를 맡는다.

#오페라#운명의 힘#베르디 오페라#오페라 연출가#이회수#대전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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