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창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베스트셀러가 되길 꿈꾸지만,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 희귀한 확률을 뚫고 베스트셀러가 된 콘텐츠가 탄생한 과정을 들여다본다. 창작자의 노하우를 비롯해 이 시대 사람들의 욕망, 사회 트렌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인기를 얻고 각종 행사에 초청돼 밤낮 없이 일하며 한 달에 3000만 원 넘게 벌었다. 하루 2, 3시간 자고 식사도 허겁지겁 때웠다. 2005년 고속도로에서 트럭과 충돌하는 대형 사고가 났다. 의사는 “사흘을 넘기기 어려우니 주변 정리를 하라”고 했다. 그제야 자신이 꿈꾸는 게 뭔지 생각하게 됐다. 기적적으로 살아난 후 삶을 돌아봤다. 열심히 살았다고 믿었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달려왔음을 깨달았다. 고전을 비롯해 각종 책을 읽기 시작했다. 세상이 달리 보였다. 그렇게 알게 된 걸 행동으로 옮겼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원하던 것도 하나씩 이루게 됐다. 이런 경험을 담아 책을 썼다. 반응은 뜨거웠다. 개그맨 고명환 작가(52)의 이야기다.
그가 고전을 통해 삶의 방향과 태도에 대해 깨달은 바를 담은 ‘고전이 답했다 마땅히 살아야 할 삶에 대하여’(라곰)가 8월 26일 출간됐다. 책은 나온 지 한 달 반 만에 7만 권이 판매됐다.(국내 출판계의 베스트셀러 기준은 책 판매량 1만 권이다.) 책 판권은 대만, 베트남에 판매됐고 일본 판매도 논의 중이다. 고 작가를 8일 전화 인터뷰하고 최지연 라곰 대표(42)를 이날 서울 마포구 라곰 출판사에서 만났다.
고 작가는 “책을 쓰기 위해 고전을 다시 읽었는데 참 좋았다. (경남 통영) 욕지도에서 글을 쓰는 동안 행복했다. 하루에 A4용지 두 장 분량을 쓰기로 계획했는데 나도 모르게 두 장을 훌쩍 넘긴 적이 많았다”고 했다. 최 대표는 “3만 권 판매를 목표로 잡았는데 순식간에 이를 넘겨 놀랐다”고 말했다.
책에서 언급한 고전 57권은 고 작가가 직접 골랐다. ‘그리스인 조르바’(니코스 카잔차키스), ‘이반 일리치의 죽음’(레프 톨스토이), ‘징비록’(류성룡), ‘인간의 대지’(생텍쥐페리), ‘토지’(박경리)를 비롯해 ‘도파민네이션’(애나 렘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패트릭 브링리) 같은 최신작까지 아우른다. 고 작가는 “서재를 돌고 또 돌면서 책을 골랐다. 내가 자극을 받고 평생 도움이 될 책은 최근에 출간됐어도 고전이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그는 고전에 대해 자기만의 해석을 자유롭게 한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에서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한 이유를 그는 교통사고를 당한 후 알게 됐다고 말한다. 돈을 좇다 자신을 들여다볼 시간이 전혀 없는 사람들에게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하려면 아예 방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벌레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 고 작가는 교통사고로 몸이 부서져 병실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된 자신이 벌레로 변한 것이라고 말한다. 의사가 살 날이 사흘 정도 남았으니 유언을 하고 주변 정리를 하라고 말하자 그 순간 사회생활 전체를 갈아 넣은 봉천동 빌라와 석촌호수 옆 아파트는 안중에도 없었단다. 왜 이렇게 목숨 걸고 돈을 벌었는지, 꿈꿨던 대학로 연극 무대는 왜 근처에도 가지 못했는지, 연극하는 게 진짜 꿈인지, 뭐가 무서워서 남들이 시키는 대로 살았는지 등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됐다. 이후 그는 식당을 차리고 책을 쓰고 강연했다. 대학로에서 연극도 하고 뮤지컬 무대에도 섰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 고 작가는 ‘그들이 아파하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그들을 구출하고 스스로 이 고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이반 일리치의 말에 주목했다. 그는 세상에 필요한 가치, 즉 나도 살고 남도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식당을 운영할 때 고객이 좀 더 만족하는 쪽으로 자신의 이윤을 낮추는 게 같이 사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독자가 낸 책값보다 더 큰 이익을 얻도록 책을 쓰자고 결심했다.
고 작가는 앞서 출간한 ‘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라곰·2023년), ‘이 책은 돈 버는 법에 관한 이야기’(라곰·2022년) 등에서 그가 읽은 책을 다뤘다. 고전에 대해 본격적으로 쓴 책을 내보자고 한 건 최 대표의 생각이었다. 최 대표는 “고전을 바라보는 시선이 신선했다. ‘이 책은 돈 버는 법에 관한 이야기’에서 ‘데미안’을 언급하며 ‘수컷 나방은 별이 아름답다고 해서 별을 좇지 않는다. 수컷 나방은 자기의 본분을 정확히 알아 암컷 나방에게 간다’는 데미안의 말에 주목한 게 참신하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이어 “고 작가님은 어떤 주제를 다뤄도 결국 책으로 돌아오기에 고전에서 길어 올린 것을 삶에 적용한 경험을 담으면 단단한 책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대학교수, 문학박사, 평론가, 소설가 등이 고전에 대해 쓴 책은 이미 많다. 이에 대한 부담은 없었을까. “고 작가님은 고전을 해석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뼛속까지 동기를 부여해 자기 계발을 하게 하는 사람이죠. 이렇게 접근하면 새로운 색깔로 고전을 다룬 책이 나올 수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고 작가도 흔쾌히 수락했다. “고전은 모양이 없어요. 그러기에 정답이라고 여겨지는 해석이 절대 있을 수 없죠. 기존의 해석과 상관없이 제 방식대로 고전을 해석하면서 스스로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이를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최 대표는 저자가 개그맨이라는 게 선입견으로 작용할까봐 책에 고 작가의 사진은 넣지 않았다고 했다.
“제일 고민한 건 ‘책에 대한 책’으로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고전의 내용을 요약하고 이에 대한 해석을 뒤에 붙이는 구성은 안 된다고 판단했어요. 고 작가님은 평소 ‘질문하면 고전이 답을 준다’는 말을 자주 하세요. 그래서 이를 자유롭게 풀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최 대표는 고 작가가 보낸 원고 가운데 3분의 1 가량을 뺐다. 최 대표는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은 대폭 덜어냈다. 전작에서 언급한 건 뺐지만 중요한 내용은 줄여서 넣었다. 문단 배치를 바꾸기도 했지만 문장은 교열 보는 수준으로만 다듬었다”고 했다. 고 작가는 “전혀 아쉽지 않았다. 책의 목차를 짜고 뼈대를 구성하는 건 전적으로 편집자의 몫이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 사이에 이런 신뢰가 생기게 된 건 4,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 대표는 고 작가가 다른 출판사에서 2017년 낸 ‘책 읽고 매출의 신이 되다’를 눈여겨봤다. 팟캐스트 ‘송은이&김숙의 비밀보장’에 고 작가가 출연한 회차도 들었다.
“내공 있고 가능성이 큰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출간 기획안을 몇 차례 보냈습니다. 2년 간 답이 없었지만 기다렸어요. 어느 날 메일 주소를 보내달라고 하더니 ‘이 책은 돈 버는 법에 관한 이야기’ 원고를 보내주셨어요!”
고 작가는 말은 살짝(?) 달랐다. “최 대표님이 집으로 자주 찾아왔어요. 생글생글 웃으며 ‘원고 안 주시면 매일 찾아 올 거예요’라면서요. ‘책 읽고 매출의 신이 되다’를 내기 전에 출판사 30여 곳과 미팅을 한 경험이 있어요. 저는 소제목을 정하고 글 쓰는 건 재밌는데 글의 순서를 배치하는 건 힘들더라고요. 제가 글만 쓰면 얼개를 잘 짜주는 편집자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최 대표님이 딱 그런 분이었죠. 집요하게 기다리고 끈기 있게 설득하는 열정도 있고요. 믿음이 갔어요. 서로 너무나 잘 맞아서 이젠 떠나지도 못하겠어요.(웃음)”
고 대표는 전작 ‘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가 국내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고 일본, 대만, 베트남, 러시아에 판권이 수출되는 행운이 온 건 최 대표 덕분이라고 책에 썼다. 더 큰 행운을 보는 눈을 가진 최 대표가 ‘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를 써 보라고 제안했기 때문이라는 것. 최 대표는 “편집자는 뒤에 있는 사람이기에 책에서 이 내용을 뺄지 여부를 한참 고민했다”며 웃었다.
책은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게 구성했다. “과거에는 한 페이지에 22행 정도 들어갔지만 요즘은 18, 19행 정도 넣어요. 여백도 좀 더 여유 있게 두고 한 챕터에 들어가는 분량도 줄였어요. 책장을 넘기는 맛이 있어야 책 읽는 재미도 더 생기니까요.”(최 대표)
책 제목을 정할 때 특히 고심한 점은 동기를 부여하는 메시지를 담는 것이었다. 최 대표는 “질문을 갖고 책을 읽다보면 책이 답을 준다”며 고 작가가 늘 하던 말에 초점을 맞춰 ‘고전이 답했다’는 큰 제목은 자연스레 정해 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설명이 좀 더 들어가야 했다.
“‘삶의 무기가 되는 고전’ 등을 가제로 했지만 마음에 쏙 들진 않았어요. 그러다 원고에서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다룬 대목 중 ‘어쩌면 내가 마땅히 살아야 할 삶을 살지 않은 건 아닐까?’라는 대목이 묵직하게 다가왔어요. 이를 제목에 반영했죠.”(최 대표) ‘고전이 답했다 마땅히 살아야 할 삶에 대하여’라는 제목은 이렇게 탄생했다.
마케팅을 위해 출간 6개월 전부터 서평단을 모집했다. 규모는 무려 1000명. ‘고독한 북클럽’이라는 이름도 지었다. 캐릭터 ‘고독이’도 탄생했다. 책 출간을 3주 가량 앞두고 1000명에게 샘플북과 노트를 우편 발송하는데 출판사 직원 모두가 며칠간 매달렸다.
“서평단으로 1000명을 모을 수 있을지 걱정했어요. 그런데 이틀 만에 600명이 모이는 걸 보고 놀랐어요. 서평단은 보통 수십 명에서 많아도 200명 정도거든요. 통상 책을 미리 보내는데, 이번에는 인원이 많아서 서문과 7개 챕터를 묶은 샘플북을 만들었어요. 서평단엔 작가 친필 메시지를 아침마다 문자로 보냈어요. 책 출간을 앞두고 2000개나 되는 리뷰가 올라오는 걸 보고 감사했습니다. ‘고독한 북클럽’은 ‘고명환과 함께 하는 ○○○’ 이름을 붙여 상설 운영하려고 합니다.”(최 대표)
고 작가는 1000일 넘게 매일 유튜브 ‘고명환tv’에 자기 확신과 바람을 열창하는 ‘아침긍정확언’ 영상을 올린다. 짧은 강의도 담는다. 책 출간일인 8월 26일은 아침긍정확언을 한 지 1000일째 되는 날에 맞췄다. 한데 8월 말은 유명 소설가들과 자기계발 분야에서 인지도가 높은 작가가 새 책을 출간하는 시기였다. 출판계에서는 이런 경우 출간 시기가 겹치지 않도록 조절한다. 하지만 최 대표는 고심 끝에 당초 계획대로 밀고 나갔다.
“유명 작가들의 책이 나오는 게 신경 쓰이긴 했지만 독자층이 겹치지는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출간 후 교보문고 MD가 ‘고 작가님의 팬뿐만 아니라 작가님을 잘 모르는 분들도 책을 구매한다. 책이 그 자체로 힘을 가지고 있어 독자층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작가님의 독자는 기존에는 40대가 대부분이었는데 이 책은 20, 30대도 많이 봐요. 이렇게까지 반응이 좋을 줄 몰랐어요.”(최 대표)
초판은 고 작가가 1만 권에 친필사인을 했다. 작가가 1만 권에 직접 사인을 하는 건 시간은 물론이고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다.
“이전에 5000권에 사인을 해 본 적이 있었는데요, 1만 권은 완전히 차원이 다르더라고요. 7월부터 책을 박스에 넣어 싣고 다니면서 시간 날 때마다 하고 또 해도 안 줄어 들었어요. 몸은 힘들었지만 독자들이 잉크가 뒷면에 번진 걸 보고 친필 사인이라는 걸 확인해 감동받았다는 글을 많이 올려주셔서 고마웠어요. 출판계에는 류시화 시인이 1만 2000권 사인한 게 최고 기록이라고 하더라고요. 최 대표님이 ‘이 기록 깨보고 싶지 않으세요?’라고 물어봤습니다.(웃음)”
추석 연휴 중 하루는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또 하루는 교보문고 강남점에서 게릴라 사인회도 열었다. 최 대표는 “기존에 뺐던 원고를 더해 확장판을 낼 예정”이라고 했다. 고 작가는 “고전을 읽고 스스로 심장이 뒤집어지는 경험을 해야 한다. 내 책은 그런 방향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욕구도 사회가 정한 대로 세뇌당할 수 있습니다. 돈과 성공에 대한 게 대표적이죠. 세상에 끌려 다니지 않아야 합니다. 내가 바라는 게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인지 짚어봐야 해요. 사회가 주입한 걸 빨리 걷어내고 자신의 진짜 욕망을 찾아낼수록 행복해집니다. 책이 이를 가능하게 하고요. 제가 실제 죽음 앞에 가보며 처절하게 깨달았습니다. 물질적 욕심을 걷어내고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하는 게 그 시작이라는 걸 알게 됐죠. 그러면 돈은 저절로 따라오더라고요.”
고 작가는 항상 책을 3, 4권 갖고 다니며 시간 나는 대로 읽는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프리초프 카프라), ‘과학의 탄생’(야마모토 요시타카),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카를로 로벨리)다.
최 대표는 고 작가가 약속 시간을 꼭 지키고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고명환tv는 초반에 조회수가 얼마 안 나오고 새벽에 라방(라이브 방송)을 몇 명 안 볼 때나, 지금처럼 조회수가 늘어나고 라방에 800명 넘게 들어올 때나 작가님이 보여주는 에너지가 같아요. 10명이 있어도 즐겁고 800명이 있어도 즐거워하세요. 그런 진정성이 가 닿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최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수월하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도움이 되는 책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다행히 제가 이 시대의 평균치 정도여서 그런지 제가 재미있으면 독자들도 재미있어 해주시는 것 같아요. 숨겨진 저자도 발굴해 같이 성장해 나가고 싶습니다.”
고 작가의 꿈은 도서관을 짓는 것이다. “열심히 벌어서 도서관을 지을 겁니다. 평소 도서관에 자주 가는데다 제가 책에서 받은 게 워낙 커서 더 많은 분들이 그런 경험을 했으면 좋겠어요. 가족들도 적극 지지해줬고요. 꼭 지켜봐주세요.”
■‘고전이 답했다 마땅히 살아야 할 삶에 대하여’(라곰·2024년)는….
개그맨이자 작가인 고명환이 인생에 큰 영향을 준 고전 57권을 골라 자신의 경험과 함께 정리했다. 인문 분야 책이 아니라 자기계발서로 분류돼 있듯이 고전의 내용을 소개하고 분석하기보다는 해당 책이 구체적으로 어떤 깨달음을 주고 삶의 방향을 제시해줬는지 썼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에서 가족을 위해 돈을 벌다 벌레가 된 그레고르는 정확히 자신의 모습이라고 말한다. 연극 무대에 서고 싶었지만 서울에 집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좇아 5년 만에 봉천동 빌라를 샀다. 하지만 대학로로 가지 않고 계속 돈을 벌어 석촌호수 옆 아파트를 사는 선택을 했다. 2005년 교통사고로 생이 사흘 남았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서야 방에 갇혀 버린 벌레 같은 처지가 돼 삶을 돌아보게 됐다고 털어놓는다. 왜 그렇게 돈을 벌려고 했는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수는 없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됐다는 것. 기적적으로 살게 된 그는 식당을 운영하고 책을 쓰며 강연하고 있다. 대학로 연극 무대에 서고 뮤지컬도 하는 등 즐겁게 일하며 돈도 벌고 있다. 벌레가 된 순간 인간의 말은 들리지 않는다며, 내면의 자신과 진정한 대화를 나누라고 말한다.
결혼 10주년을 맞아 아내와 신혼여행을 갔던 프라하로 다시 여행 간 그는 작은 커피숍에서 손님과 대화하며 느긋하게 커피를 내리는 사장을 보고 ‘플루타코스 영웅전’을 떠올린다. 손님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주문을 좀 더 빨리 받고 회전율을 높이면 수익을 훨씬 많이 낼 수 있지만 사장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의문을 가진 그는 ‘스파르타인들의 삶이 편안했던 것은 바라는 바가 소박했기 때문이다’는 대목을 보며 정신이 번쩍 든다. 소박의 의미는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안에서 최대한 자신의 행복한 삶을 누리는 것임을 깨닫는다.
메밀국수 식당을 운영하는 저자에게 사람들은 왜 프랜차이즈를 공격적으로 확장하지 않느냐고 묻는다고 한다. 처음에 그는 뭔가 잘못하고 있는지 고민했지만 자기만의 속도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장 자크 루소의 ‘에밀’을 읽고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우리의 불행은 욕망과 능력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것이다’라는 대목을 보며 자신은 600개 프랜차이즈를 할 능력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저자는 현재 식당으로 성공했다. 한데 이 식당을 하기 전 사업에 네 번이나 실패했다. 기준이고 뭐고 없이 열심히 하기만 했단다. 처음 식당을 차렸을 땐 싼 재료만 찾아다녔다. 네 번이나 망하고 나니 이기고 싶어 무작정 서점에 갔고 ‘손자병법’을 발견했다. 그리고 도(道), 천(天), 지(地), 장(將), 법(法)을 알게 됐다. 남을 위한 방향으로 가야하고(도),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으면 싸우지 말아야 한다(천). 잘 아는 공간에서 싸워야 하고(지), 사람을 볼 줄 알아야 하며(장) 자신에게 엄격해야 한다(법). 그는 고객에게 이롭게 하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현실 공간 뿐 아니라 가상 공간도 제대로 파악해야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걸 깨닫는다. 능력 있는 사람을 알아보려면 스스로가 성장해야 하고 한 번 결심한 건 꾸준히 해 나가며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야 결실을 맺을 수 있음을 알게 됐다.
‘도파민네이션’(애나 렘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무라카미 하루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패트릭 브링리) 등 최근 나온 책도 포함시켰다. 저자는 자신에게 평생 도움이 될 책은 출간 시기에 관계없이 고전이라 생각한다고 말한다. 삶에 구체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접근한 ‘생활 밀착형’ 고전 풀이로, 저자만의 시각이 독특하다. 쉽게 이해돼 멀게 느껴졌던 고전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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