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캐나다 수교 60주년 기념 단편소설집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기억해’(민음사)의 10일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캐나다 작가 킴 투이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8년 베트남 사이공(현 호찌민)에서 태어난 보트피플로 1979년 캐나다에 정착했다.
킴 투이는 단편 ‘판사님’에서 베트남 보트피플로서의 경험과, 캐나다 이민자로 적응한 과정을 녹여냈다. 그는 “내 삶에서 분노와 공포를 얘기하는 건 너무 쉽다. 그래서 오히려 아름다움을 찾아내 서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소설집 집필에는 한국과 캐나다 작가 8명이 참여했는데 이날 서울 중구 주한 캐나다대사관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정보라, 김애란, 김멜라, 킴 투이, 조던 스콧, 리사 버드윌슨이 참석했다. 양국 작가들은 ‘다양성과 포용’을 주제로 각자 단편소설을 썼다. 외국인 노동자, 이민자, 난민, 혼혈아 등 사회적 경계에 속한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캐나다에선 내년 8월 영어, 프랑스어로 출간될 예정이다.
‘파이 이야기’로 유명한 캐나다 소설가 얀 마텔의 13쪽짜리 단편 ‘머리 위의 달’도 인상적이다. 작품엔 두 번이나 스키장 화장실에 빠진 소말리아 난민 출신 남성이 나온다. 남성은 변기 아래 공간에서 변기 구멍을 통해 하늘을 바라보며 고향 소말리아의 눈부신 달을 연상한다. 마텔은 “난민으로서 고향이 너무 그립다는 건 어떤 느낌일지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애란은 단편 ‘빗방울처럼’에서 전세 사기를 당한 여성이 천장 누수로 이민자 출신의 여성 도배사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김애란은 “무슨 집인지 알 것 같아서 들어가고 싶지 않은 집이 돼버리면 어떡하지 하는 고민이 있었다”며 “결과적으로 이번 선집에 실린 작품들이 너무 아름답고 재밌어 많은 분들이 읽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얀 마텔의 작품에선 ‘무지에 대한 인정’을, 킴 투이의 작품에선 ‘앎’을 느낄 수 있었다. 따뜻한 온도와 차가운 온도가 둘 다 담긴 선집이라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김멜라는 단편 ‘젖은 눈과 무적의 배꼽’에서 타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배꼽에서 나오는 빛을 볼 수 있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는 “다양성과 포용은 문학과 삶에서 중요한 주제다. 특히 한국에서 소설이든 드라마든 시든 될 수 있는 한 다양하게 터져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보라는 “캐나다와 한국 사이 이런 문화 교류가 처음이라고 알고 있다. 선집에 꼭 이름을 올리고 싶었다”고 참여 배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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