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년수집 고미술품 무상 제공(積年收集古美術品 無償提供)을 언명(言明)
10 여년 모아둔 조선의 보배를 보수없이 사회에 내놓겠다고
글씨로 그림으로 건축으로 조각으로 옛날의 조선을 꽃밭같이 꾸미던 조선의 모든 미술품은 사라져 없어지고 재변(災變)으로 없어지고 알지 못하여 찾지 못하고 찾았으나 빼앗기고 하여
◇옛날의 광명이나마 차차 사라지려 하는 때에 영남출생(嶺南出生)으로 방금 시내 인사동(仁寺洞)에 사는 림상종(林尙鍾)씨는 어려서부터 사라져가는 민족의 자랑거리를 남달리 아까워하여 자기의 일생을 고조선 미술품 수집 보존에 바치기로 하고 10여 년 이래로 자기의 거대한 전 재산을 이에 탕비하여 대표적 미술품이라 할만한 그림(畵) 이천 폭과 글 시(書)삼천폭과 신라(新羅) 고려(高麗) 리조(李朝)때의 그릇 도자기(陶磁器) 수백종과 기타 골동품 수십종을 모았는데 이 가운데는 삼한시대의 불상(佛像)도 있고 구하지 못할 고려 공민왕(恭愍王)의 호렵도(虎獵圖)도 있고 근세의 신화라하는 장승업(張承業)의 그림도 있고 김종서(金宗瑞)의 글씨도 있고
◇고구려의 유물로 집안현(輯安縣)에 잇는 영락대왕(永樂大王)비의 탑본(搭本)도 있고 그밖에 신라 고려 때의 조각(彫刻) 도기(陶器) 동기(銅器) 등 우리나라의 고귀한 미술품은 거의 갖추어 있는데 이 같은 거대하고 어려운 사업에 일 개인의 힘은 한이 있어 지금의 림씨는 살림을 이어가는 여러장의 전당포와 이 같은 보배를 굶어 죽어도 영원히 보존하겠다는 정상만 남았을 뿐인데 만 가지 일에 돈의 힘이 드는 지금에 있어서 정성만 가지고 있다 무슨 변을 당하여 한 폭의 그림이나 한 개의 그릇이라도 잃거나 하면 어찌할까 하는 걱정으로 림씨는
◇단연히 결심하고 어떤 개인이나 어떤 민간 단체에서 이것을 영구히 맡아 사회의 공유물로 완전히 보존하는 기관이 생기면 조금도 아끼지 않고 서화 그릇 등 전부를 내여놓기로 하였다더라.
◇분로촌공(分勞寸功) - “땅 팔아 그림 한 폭”/임상종씨 담(林尙鍾氏談. 인터뷰)
이 소식을 듣고 왕방한 기자에게 림씨는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말하되『참말 인제는 내 힘만으로는 더 어찌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시는 이는 아실터이고 모르시는 이는 모르실터이지요마는 나는 실상 땅 한 마지기를 팔아서 그림 한 폭을 얻어오고 세간을 팔아서 글씨 한 쪽을 모은 것이 『분로촌공』으로 그래도 지금에는 저만콤 모으게 되엿습니다. 저것을 모은다고 밥이 생기거나 옷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도로혀 내 자신의 구복은 줄어드는 세움이지마는 그런 생각을 하고야 모아질 수 있습니까? 그러나 이제는 정성 뿐이고 힘이 없습니다.
◇저렇게 모은 물건이 일조일석에 없어질지도 모를 일이고 없어질지도 모를 일이고 한폭 두쪽 잃어질지도 모를 일을 생각하면 소름이 끼칩니다. 어쨌든 이 물건을 한 곳에 모아 미술관을 지으시겠다는 개인이나 단체가 있으면 아무 보수도 없이 그대로 내여주겠습니다. 이것을 하나하나 떼여혔치자면 쉬운 일 이지요마는 나는 죽어도 그렇게는 못하겠습니다. 어떻게 하든지 한데 뭉치여 영구히 보존되기를 바랍니다』는 말끝에는 무한한 결심과 보배에 대한정성이 넘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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