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현판(사진)을 한글로 바꾸자는 주장에 대해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이 명확한 반대 입장을 10일 밝혔다. 전날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한글화 제안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것이다.
최 청장은 이날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광화문 현판 한글화 가능성을 묻는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의 질문에 “(반대하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최 청장은 “현판은 경복궁 중건 당시 걸려 있던 현판에 가깝게 고증해야 한다는 게 문화유산 복원의 원칙에 맞는다는 판단이 있었다”며 “그동안의 과정과 제작 비용 등을 본다면 (현판 제작을 위한) 다사다난한 과정이 다시 시작되는 것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9일 한글날 행사에 참석한 유 장관은 “대한민국의 얼굴인 광화문 현판을 한글로 바꿨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5월에 이어 재차 밝혔다. 유 장관은 “올 5월 세종대왕 탄신 하례연에서 광화문 현판 한글화에 대한 재논의를 제안했지만 크게 진척이 없는 것 같아 아쉽다”며 “한글학회 및 관련 단체 관계자들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토론하고 의사 표현을 해야 한다”고 했다.
광화문 현판은 그동안 오랜 논의를 거쳐 현재의 형태를 갖췄다. 광화문 현판은 1968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직접 쓴 한글로 제작돼 걸려 있었지만, 원형 복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2010년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의 한자 현판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교체 3개월 만에 현판 목재가 갈라지고, 색상 고증이 잘못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2012년 문화재위원회(현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경복궁 영건일기’를 토대로 검은색 바탕에 금색 한자가 새겨진 지금의 현판이 제작돼 지난해 10월 내걸렸다. 광화문은 사적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에 현판 교체는 국가유산청 산하 문화유산위원회의 심의와 결정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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