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한국 첫 노벨문학상]
문학계 “이젠 세계 문학 중심부로”
한강작품 28개 언어-76종 책 출간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의 중심에 진입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동안 서구 백인 남성 중심의 서사가 아시아 여성으로 옮겨왔다는 의미죠.”
10일 소설가 한강(54)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을 들은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대표는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국어는 세계 문학의 주변부에 있어서 번역이란 지난한 작업을 거쳐야 하는데도, 세계 문학의 중심에서 (작품이) 인정받을 수 있는 수준을 갖추게 됐다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한강이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재학 시절 창작 수업을 수강한 정현종 시인도 “(한강은) 특별한 재능을 가졌다”며 “기쁘고 축하할 일”이라고 했다.
한강의 수상 소식에 문학계 인사들은 들뜬 반응이었다. 곽효환 시인은 “한국 문학이 가시권에 들어왔다고는 여러 번 얘기했지만 예상보다 몇 년 빨리 받은 것 같아 기쁘다”며 “최근 한국 문학의 위상이 급격히 올라갔는데 이 같은 점을 아울러 한강이 수상한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수상을 계기로 단편소설에 강했던 한국 문학의 위상이 다시 한 번 제고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한강의 대표작이자 2016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채식주의자’는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 등 단편소설 3편을 엮은 소설집이다. 강동호 문학평론가는 “그야말로 K문학의 경사”라며 “그동안 한국이 다른 나라의 소설에 비해 단편이 강해 노벨 문학상에선 불리하다는 여론이 있었는데, 이번 수상으로 한국적 특수성이 반영된 단편문학의 정수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강의 작품은 역사적 트라우마를 기반으로 시적인 문체와 깊이 있는 사유를 곁들여 예술적 문장으로 기억하고 환기하는 데 강점이 있다”고 했다.
그동안 한국 문학 작가 중 노벨상 수상자로 먼저 거론돼 왔던 작가들은 황석영, 고은 등이었다. 한강은 이들과 뚜렷하게 다른 문학적 방식을 택해 아시아 여성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라는 대기록을 썼다. 우찬제 서강대 국문과 교수는 “황석영과 고은은 20세기 리얼리즘적 방식으로 분단 상황과 전쟁 등에 대한 이야기를 썼지만, 한강은 역사적 트라우마에서 시작한 사건을 환상적으로 풀어낸다”며 “큰 상처의 현장 속에서 속절없이 당해야 했던 작은 인간에게 숨결을 불어넣고 서사를 부여한다”고 했다.
그동안 한국 문학을 해외로 번역해 온 시도가 결실을 맺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강의 작품은 한국문학번역원 등의 지원으로 28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에서 76종의 책으로 출간된 바 있다.
한강의 수상 소식에 교보문고와 예스24 등 대형 서점 홈페이지가 한때 마비될 정도로 책 주문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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