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유려한 문장들은 책 밖으로 나와 몇 차례 무대, 스크린 관객과도 만났다. 그의 텍스트에 기반한 작품들이 이미 국내외에서 호평받으면서 앞으로도 한강 작가의 원작을 각색한 연극과 영화 제작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소설 ‘소년이 온다’는 2019년 11월 서울 남산예술극장에서 ‘휴먼 푸가’라는 작품의 연극으로 각색돼 초연됐다. 한강의 문장이 배우들의 몸짓으로 재해석됐다.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와 공연창작집단 ‘뛰다’가 공동 제작한 작품으로 광주 5.18 민주화운동을 겪은 주인공들의 아픔을 연극, 춤과 결합해 풀어냈다. 한 사건의 고통이 여러 사람의 삶을 통해 반복되는 소설의 구조를 음악 형식 ‘푸가’와 접목했다. 이 작품은 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선정되는 등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당시 제작진과 만난 한강 작가는 배우들이 정형화된 극의 구조를 탈피해 몸으로 고통을 사유하는 표현 방식 등에 크게 만족감을 보였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소년이 온다’는 폴란드 무대에도 오르는 등 해외에서도 러브콜을 받았다. 폴란드 스타리 국립극장은 2019년 10월 ‘더 보이 이즈 커밍’이라는 제목의 연극을 무대에 올렸다. 해외에서 한강의 텍스트에 매력을 느끼고 먼저 무대화에 나선 셈이다. 이는 이후 한국으로 ‘역수출’돼 2020년 5월 공연 앞두고 있었으나 팬데믹으로 무산됐다.
해외에서 더 큰 인기를 끈 ‘채식주의자’도 무대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다. 2020년 국립극단과 벨기에 리에주극장이 작품을 공동제작했으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계획이 전면 취소됐다. 2년 뒤 공연 시도도 팬데믹 재확산으로 무산됐다.
영화계도 한강을 주목하고 있다. ‘채식주의자’는 2009년 동명의 영화로 제작돼 상영된 바 있다. 또 단편 소설집 ‘내 여자의 열매’에 수록된 중편 ‘아기 부처’를 원작으로 한 영화 ‘흉터’도 2011년 극장에서 개봉했다. 당시 두 영화 모두 임우성 감독이 연출을 맡았는데 큰 인기를 끌진 못했다. 한강 작가의 작품이 노벨상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검증받은 작품인 만큼 영화계가 다른 텍스트를 활용한 영화 제작에도 눈독을 들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작가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소년이 온다’의 경우 “영화화 제안이 온다면 흔쾌히 수락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사건 중심보다는 인물의 내면을 따라가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 이 점은 줄거리 중심으로 제작되는 대중 영화 특성상 창작자들에게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이다. 한강의 작품이 다른 장르로 뻗어 나갈 잠재력은 충분하나 원작의 감성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은 창작자들에게 과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