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올 6월 대만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사계절 내내 검은색 가죽 재킷을 입는 게 덥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당신의 가죽 재킷에 엔비디아의 냉각기가 장착됐냐”는 짓궂은 질문에 이렇게 유머로 대응한 것이다.
사실 그가 말하지 않았지만, 공식 석상에 같은 차림을 고집하는 이유는 짐작할 만하다. 누구든 젠슨 황을 알아볼 수 있게 자신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다. 발표 때면 검은색 터틀넥, 리바이스 청바지, 회색 뉴발란스 운동화 차림이던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1955∼2011)와 같은 전략이다.
둘은 이미지를 형성하는 방법만 비슷한 게 아니다. 편안한 옷차림으로 대중에게 소탈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혼자 무대에 올라 강연할 때는 카리스마도 있다. 끊임없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비슷하다. 2005년 잡스는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계속 배고파야 하고, 계속 어리석어야 한다”고 했고, 젠슨 황은 2003년 엔비디아 창업에 대해서 “포식자가 돼라”고 했다.
대만 경영 전문가인 저자가 젠슨 황의 성공 이유를 분석한 경제경영서다. 서른 살에 엔비디아를 창업하여 현재까지 CEO를 맡고 있는 젠슨 황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저자는 젠슨 황이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통왕’이라고 평가한다. 젠슨 황이 엔비디아를 차릴 때도 사무실이 따로 없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식당 구석 자리에 아침마다 모여 커피를 10잔씩 마시며 치열하게 토론했다. 창업 후에도 끊임없이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유명하다. 직원들에겐 “보고서는 필요 없다. 가장 중요한 보고만 e메일로 보내라”고 지시한다고 한다. 적극적이고 유쾌한 소통 방식이 엔비디아를 성공으로 이끈 비결이라고 저자는 평가한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을 사람의 관점에서 바라봤다는 점이 흥미롭다. 다만 젠슨 황과 직접 만나지 못하고 기존 인터뷰들을 토대로 분석한 점은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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