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작품과 관련된 인연들도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의 실제 주인공인 고 문재학 열사는 과거 한 작가의 집 근처에 살았다.
12일 기자는 과거 한 작가의 생가가 있었던 광주 북구 중흥동을 찾아갔다. 한 작가의 생가가 있던 자리에는 기존 건물을 허문 뒤 1997년 2층 조립식 주택이 들어섰고, 현재 휴대전화 판매점으로 운영 중이었다. 한 작가는 1977년 광주 북구 효동초에 입학해 1979년까지 다니다 서울로 이사를 갔는데, 광주에 살 당시 그의 생가는 효동초에서 500m 거리였다. 휴대전화 가게 주인 김모 씨(42)는 “한승원 작가가 늘 조용하고 매너가 있으셔서 유명한 소설가인지 한강 작가의 부모인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소년이 온다’에 나오는 문 열사의 집은 효동초 바로 옆이었다. 문 열사는 1978년부터 1980년까지 이 집에서 살았다. 한 작가와 문 열사의 집은 직선거리로 불과 280m 떨어져 있었다. 효동초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처음 시작된 전남대 정문 근처에 있다. 광주상고 1학년에 재학 중이던 문 열사는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을 지키다 계엄군이 쏜 총에 숨졌다. 이후 광주 북구 망월동 묘지에 가매장됐다가 10일 후 가족들에 의해 신원이 확인됐다. ‘소년이 온다’는 5·18 ‘막내 시민군’ 문 열사를 모티브로 한 주인공 동호, 그리고 주변 인물의 아픔을 다뤘다.
문 열사의 어머니 김길자 씨(85)는 14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한강 작가가 2010년경 효동초 인근 집을 찾아와 두 시간 동안 아들의 사연을 듣고 갔다”고 말했다. 김 씨는 당시 한 작가에게 “1980년 6월 7일경 생사불명이던 아들이 가매장된 망월동 묘를 파보니 관은 2㎝ 두께의 너무 얇은 합판으로 만들어져 관을 들면 시신이 떨어질 것 같았다. 시신은 알몸 상태로 광목천에 둘러 싸여있었다”고 말해줬다고 한다. 김 씨는 “한 작가는 아들의 사연을 조용히 듣고 있다가 간혹 질문을 했다”고 기억했다.
김 씨는 “한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뉴스를 보고 기쁨과 고마움의 눈물을 흘렀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어 “40여 년 동안 5·18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100번, 1000번 노력했지만 국내에도 다 전하지 못했다”며 “한 작가가 소설로 5·18진실을 세계에 알려줘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문 열사의 누나 미영 씨(62)는 “한 작가가 같은 동네에 살았던 동생 이야기를 소설로 쓴 것은 우연이지만 동시에 인연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작가의 부친 한승원 작가는 “딸이 14살 때 은밀하게 숨겨둔 5·18 학살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은 것이 ‘소년이 온다’를 쓴 계기가 된 것 같다”며 “딸은 5·18 이외에도 4·3사건을 쓰기 위해 제주에서 오래 살 정도로 소설밖에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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