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화순 대곡리에서 한 주민이 배수로 작업을 하다가 청동기 유물 11점을 발견했다. 이 중에는 직선을 이용한 기하학적 문양이 섬세하게 새겨진 잔무늬 거울 2점이 포함돼 있었다. 거친무늬 거울에서 발전한 잔무늬 거울은 선사시대 청동기 제작 기술이 정점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거울을 포함한 유물들은 발견 이듬해인 1972년 국보로 지정됐다.
국립나주박물관은 이달 8일부터 특별전 ‘빛, 고대 거울의 속삭임’을 선보이고 있다. 화순 대곡리 출토 거울과 무령왕릉 출토 의자손수대경(宜子孫獸帶鏡) 등 국보 2점을 비롯해 삼한∼삼국시대 전시품 270여 점을 선보인다. 3부로 구성된 전시는 △청동거울의 제작 과정 △고대 거울을 소유했던 사람들 △거울로 본 동북아시아 교류 등을 소개한다. 박물관 관계자는 “함평 엄다리 제동고분과 경주 사라리 출토 거울 조각 등 최근에 출토된 거울들을 한자리에 모아 최초로 공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청동거울의 제작 과정과 생활 곳곳에서 이뤄진 거울 관련 의례들을 소개하며 시작된다. 고대인들은 죽은 이를 애도하기 위해 거울을 깨뜨리는 등 성, 집터, 제사터 등에서 다양한 의례에 거울을 활용해 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졌던 거친무늬 거울을 비롯해 청동기 제작 기술의 정수인 잔무늬 거울을 살펴볼 수 있다.
당시 거울은 최고 권력자들이 주로 향유했던 의례용 사치품이었다. 1974년 국보로 지정된 무령왕릉 출토 의자손수대경이 대표적이다. 바깥 면에는 거울 중앙의 꼭지를 중심으로 돌기 9개가 섬세하게 솟아 있다.
우리나라와 거울 교류가 활발했던 일본과 중국의 거울 문화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복을 기원하는 길하고 상서로운 무늬가 새겨져 있는 거울에서는 고대인들의 내세관을 짐작할 수 있다. 청동거울을 만든 이들은 거울 한쪽 면을 장식하고 소망을 새기곤 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거울은 오랜 기간 우리 곁에 있었기에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며 “녹슨 청동거울 안에 감춰진 고대인들의 생활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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