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에게 보약 되는 생선, 잉어와 가물치[이상곤의 실록 한의학]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0월 21일 1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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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후 부종 없애는 잉어
열을 진정시키는 가물치

출산 후 열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가물치. 동아일보 DB

민화에 나오는 잉어 두 마리는 대부분 ‘소식’, ‘전갈’을 뜻한다. 중국 송나라 때 시선집인 고문진보에 나오는 시구절에서 비롯된 상징적 표현이다. 황하를 거슬러 오르던 잉어가 용문에서 용이 된다는 ‘등용문 그림’도 유명하다. 잉어는 한여름 장맛비나 태풍이 지나가고 난 뒤면 도랑을 따라 상류로 거슬러 올라온다. 물이 줄어 작은 웅덩이에 갇혀 있으면 독 안에 든 쥐 신세가 돼 쉬이 잡히고 만다. 잉어는 임산부의 보신용 식재료로 비싸게 팔 수 있었기에 어릴 적 아주 일찍 일어나 웅덩이에서 잉어와 마주하는 날은 그야말로 횡재하는 날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지금의 습관은 어릴 적 이런 ‘행운’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한의학에서 잉어는 출산에 도움을 주는 약식(藥食)이다. 태반 속 태아를 있는 힘껏 밀어내는 출산의 과정을 거치면서 산모는 근육과 인대, 심지어 뼈와 관절마저 늘어난다. 용광로 쇠를 녹이는 것처럼 결합된 치골을 녹이면서 벌려 산도(産道)를 늘이는 것이다. 출산 후 조리(調理) 과정은 이렇게 이완된 신체 조직을 본래대로 수축시키는 과정이다. 출산 후에 산모의 몸은 퉁퉁 붓고 축 늘어져 있다. 물기에 젖은 수건이나 이불을 본래대로 수축시키기 위해선 물기를 짜내고 햇볕에 말려 다리미질해야 한다. 출산 후 이완된 몸도 수분을 쫓아내고 열을 가해야 정상 상태로 수축해 근육과 관절이 제자리로 천천히 돌아간다. 산부에게 찬 것과 접촉하지 말고 바람도 쐬지 말라고 한 것은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산부에겐 부종을 어떻게 없앨지도 매우 중요한 고민이다. 출산 후 퉁퉁 부어 있거나 살이 찐 듯 부어 있는 것도 대부분 부종 때문이다. 중년에도 체형의 붕괴를 보이지 않으려면 부종으로 인한 ‘산후풍(産後風)’을 잘 치료해야 한다.

잉어는 몸에서 수분을 쫓아내고 이완된 조직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잉어는 양(陽)적인 약식이다. 하늘로 뛰어오르는 기운과 죽어서도 번쩍거리는 비늘은 양기를 상징한다. 소화 기능이 떨어지면서 몸이 차고 냉기가 있다면 잉어를 먹어야 한다. 중국 명나라의 본초학 연구서인 ‘본초강목’에도 “속을 덥히고 많이 먹으면 풍열을 발생한다. 중풍 환자가 먹으면 후회하게 된다”며 잉어의 강한 양기에 대해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민간에서 임신에 의한 부종을 잡기 위해 잉어에 아욱과 파 뿌리를 넣어 국을 끓여 먹거나, 심장병으로 다리가 부을 때 잉어에 파 뿌리와 삼씨를 넣어 국을 끓여 먹는 것은 모두 이뇨 작용을 염두에 둔 처방이다. 정력을 보강하기 위해 잉어에 더덕 생강 대추를 넣고 고아 먹는 것은 잉어의 양적인 힘을 염두에 둔 것이다.

반면 생긴 것은 뱀처럼 험하지만 가물치는 음(陰)의 식재료다. 검은 색깔도 그렇거니와 본성이 아래를 향해 물이 없으면 진흙탕을 파고들어가 숨을 쉰다. 예의를 안다고 해서 예어(鱧魚)라고 하는데 머리에 북두칠성을 상징하는 일곱 개의 점이 있고 밤에는 북극성을 향해 머리를 조아린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검은색, 밤에 움직이는 습성, 아래를 향하는 힘 등이 성질이 찬 음적 기운을 상징한다. 가물치는 일설에 가모치(加母致)라 불릴 정도로 산모에게 효험이 있다. 출산 후 열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을 주면서 이뇨 작용도 강하다. 열을 진정시키고 이뇨 작용을 돕는 힘은 간 기능에도 도움을 준다. 민간에서는 가물치와 미나리로 국을 끓여 먹는다.

#잉어#가물치#산모 생선#임신 생선#한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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