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되고 싶으면 지금 삶에 만족하란 사람 경계하라” [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0월 24일 11시 00분


‘부자의 언어: 어떻게 살아야 부자가 되는지 묻는 아들에게’

[손효림의 베스트셀러 레시피]
많은 사람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 창작자들은 자신이 만든 콘텐츠가 베스트셀러가 되길 꿈꾸지만,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 희귀한 확률을 뚫고 베스트셀러가 된 콘텐츠가 탄생한 과정을 들여다본다. 창작자의 노하우를 비롯해 이 시대 사람들의 욕망, 사회 트렌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척추 교정사가 있었다. 특별한 재능이나 전문 기술이 없는 그는 돈이 없으면 삶이 불안해지고 공포와 절망에 빠질 수 있다는 걸 경험했다. 부동산 사업에 뛰어들어 부를 일군 그는 자신이 기울였던 노력과 삶의 철학을 아들에게 전하기 위해 책을 썼다. ‘부자의 언어: 어떻게 살아야 부자가 되는지 묻는 아들에게’(존 소포릭 지음·윌북)다. 2020년 3월 국내 출간된 이 책은 꾸준히 호응을 얻어 4년 반 동안 4만 권이 판매됐다.(국내 출판계의 베스트셀러 기준은 책 판매량 1만 권이다.) 독자들은 “아들에게 주려고 샀다”, “밑줄 긋고 싶은 문장이 많아 형광펜을 사서 다시 보고 있다”, “부에 대한 엑기스만 뽑아 놓았다”, “도서관에서 보다가 소장용으로 샀다”는 리뷰를 남기고 있다.

‘부자의 언어’ 책 표지.                                윌북 제공
‘부자의 언어’ 책 표지. 윌북 제공


이 책을 출간한 이주애 윌북 본부장(51)을 21일 경기 파주시 윌북 출판사에서 만났다. 이 본부장은 책을 발굴한 게 우연이라고 했다.

“시간 날 때마다 아마존을 들여다봐요. 오래된 습관이에요. 2018년 미국에서 이 책이 나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The Wealthy Gardener‘란 제목이 눈에 들어왔어요. ‘부유한 정원사’라는 것만으로는 내용을 모르겠더라고요. 디자인을 비롯해 만듦새도 너무 어설펐어요. 알고 보니 저자가 자비 출판한 책이었어요.”

자비 출판이라고 하면 한국에서는 저자가 출판사에 돈을 주고 책을 만드는 걸 말한다. 미국에서 자비 출판은 저자가 책을 직접 만들어 판매까지 하는 걸 의미한다고 한다. 저자가 아버지로서 20대가 된 아들을 위해 글을 쓰고 책을 직접 만든 것. 책이 화제가 되면서 나중에 펭귄그룹USA 산하 포트폴리오 출판사에서 다시 출간됐다.(책이 베스트셀러가 됐지만 저자는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후속작도 내지 않았다. 이 책이 그가 쓴 유일한 책이다.)

저자는 유명 인사도 아니고 책을 낸 경험도 없었다. 한데 리뷰가 300개 가량 달린 게 눈길을 끌었다.

“내용을 보니 제가 생각한 것과 전혀 달랐어요. 저자가 아들에게 편지를 쓰듯이 진심을 다해 쓴 글이었어요. 묵직한 감동을 주는 독특한 자기계발서였습니다.”

‘부자의 언어’ 저자 존 소포릭.                              윌북 제공
‘부자의 언어’ 저자 존 소포릭. 윌북 제공


저자는 자신이 돈을 번 방법 뿐 아니라 왜 부를 일궈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부를 쌓아갈 수 있는지 등 삶을 대하는 자세를 담았다. 각 장의 절반 가량은 가상의 정원사가 소년 지미와 농장 관리자, 이웃과 교류하며 부를 일궈 나가는 방식과 삶의 철학을 보여주는 소설로 썼다. 나머지 절반은 소설 속 내용과 이어진 주제에 대해 저자가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정리했다.

“아버지가 다짜고짜 자기 인생에 대해 말하면 아들이 진지하게 들을까요? 잔소리로 여길 가능성이 높죠. 하지만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는 귀를 열게 되잖아요. 소설을 활용한 건 영리한 전략이라고 생각해요.”

‘부자의 언어’ 저자 존 소포릭(오른쪽)이 젊은 시절 어린 아들과 함께 한 모습. 저자는 20대가 된 아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 윌북 제공


저자는 4년간 휴가도 가지 못하고 주 6일 일했지만 텅 빈 통잔 잔고를 보고 좌절했다고 털어놓는다. 경제적 상황이 조금만 나빠져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에 생활비가 적게 드는 곳으로 이사하고 아파트 투자에 뛰어들었다. 다른 사업자보다 더 완벽하게 집을 수리해 파는 등 차별화된 방법으로 일했다. 장애물들이 앞을 막을 때면 힘겨워 눈물을 흘리면서도 미래에 도달할 곳을 떠올리며 버텼다. 여러 실패와 시행착오도 솔직하게 밝힌다. 저자는 한 병원에서 월급을 두 배로 주며 주3일 일하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찜찜했지만 이를 수락했다. 병원은 불법을 저지르는 사실이 들통 났고 그는 문제를 해결하러 뛰어다녀야했다. 단순히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네트워크 마케팅 회사와 잘못 협력해 투자금을 잃기도 했다. 하지만 실패 하면 다시 계획을 수정하면 된다고 말한다.

출간을 제안하기까지 이 본부장은 3개월 가량 고민했다.

“당시 윌북은 예술과 인문 분야 책을 주로 만들었기에 많이 망설였습니다. 그래서 원서를 매일 읽었는데 볼수록 괜찮았어요. 저자의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제가 일산에 사는데, 호수 공원에서 달리기 하는 많은 사람들을 볼 때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현실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 잘 살려고 하고, 흔들릴 때 동기 부여를 해주는 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죠. 이들을 위해서도 책을 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제안한 결과, 탈락이었다.

“회사에서 매주 한 번 기획 회의를 해요. 출간할 책과 탈락시킬 책을 고르는 회의여서 농담으로 ‘살생부 회의’라고 부릅니다.(웃음)”

이 본부장은 물질적인 부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부도 다룬 책이어서 윌북이 지닌 결과 크게 다르진 않다고 여러 차례 설득했다. 결국 홍영완 대표가 말했다. “그렇게 하고 싶으면 해 봐.” 이 본부장은 “대표님의 목소리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부자의 언어’는 살생부에서 살아난 책”이라며 웃었다.

‘부자의 언어’를 발굴해 출간한 이주애 윌북 본부장. 파주=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책에는 ‘행복은 용감한 자를 좋아한다’(베르길리우스), ‘왜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가? 과실이 있는 곳이 거기인데’(마크 트웨인), ‘자연은 서두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노자) 등 시대와 동서양을 넘나드는 명사들의 명언이 가득하다. 한데 이 명언 때문에 엄청 고생했다고 한다.

“그 사람의 말이 정말 맞는지, 저자가 전하려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말한 건지 편집자와 함께 일일이 확인했어요. 시간이 진짜 많이 걸렸죠. 주말에도 집에서 일했어요.”

우리말 제목을 정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원제를 살려 ‘부의 정원사’, ‘부자 정원사’라고 하면 와 닿지 않았습니다.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제목이어야 했어요. 고민 끝에 ‘부자의 언어’로 결정했습니다.”

편집자는 독자 반응을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원고가 ‘날 것’일 때는 불안감이 큰데요, 책을 만들면서 잘 되겠다는 확신에 불안감이 사라질 때가 있어요. 이 책이 딱 그랬어요. 다 만든 뒤 안도감이 최고치까지 올라가더라고요. 책이 내 손에 처음 들어오는 순간 떨릴 때도 있는데요, 이 책은 완성본을 보고 쾌감을 느꼈어요.(웃음)“

2020년 3월 책을 낸 후 3개월 만에 재쇄를 찍었다. 그 해 1만 권이 판매됐다. 그해 말 팟캐스트 ‘월급쟁이부자들’에서 재테크 유튜버 ‘너나위’가 추천한 것도 도움이 됐다. 올해 추석을 앞두고 ‘너나위’가 이 책을 다시 추천하면서 판매량이 치솟았다.

“‘너나위’님이 책 세 권을 추천하면서 딸에게 물려주고 싶은 단 한 권의 책으로 ‘부자의 언어’를 꼽았어요. 진심으로 감사를 전하고 싶은데 일절 연락을 안 받으세요.”

지난해 5월에는 양장본으로 재출간했다.

“책을 곁에 두고 자주 본다는 독자들이 많아 더 튼튼하게 만들 필요가 있어 양장본을 냈습니다.”

책의 주 독자층은 40, 50대로 여성과 남성이 고르게 찾는다고 한다. ‘부자의 언어’는 윌북이 경제경영서를 본격적으로 내는 전환점이 됐다.

노어노문학을 전공한 이 본부장은 1996년 열린책들에서 편집자로 일하기 시작해 30년 가까이 책을 만들고 있다. 문학을 좋아해 편집자가 된 그는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된 날 너무나 벅차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그의 관심은 문학 뿐 아니라 다양한 곳으로 뻗어 있다.

“요즘은 지리와 경제를 접목한 책에 관심을 갖고 있어요. 이 분야를 좋아하는 독자도 늘어나고 있고요. 경계를 구분하지 않고 보석 같은 책을 더 많이 발굴해 선보이고 싶습니다.”

‘부자의 언어’ 속 문장들

△당신에게 지금의 삶과 현재 상황에 만족하라고 말하는 사람을 경계하라. 오직 당신만이 자신의 영혼이 어떤 상황에서 만족하는지 알 수 있다.

△지금 우리의 모습은 우리가 그 동안 보낸 시간의 결과물이다.

△지출 수입 구조를 바꿔 저축할 돈을 키워나가라. 초과 수입 없이 살아남는 건 불가능하다.

△쉬운 삶을 기원하지 마라. 강한 사람이 되기를 기원해라. 자신의 힘으로 감당할 수 있는 일을 기원하지 마라. 일을 감당할 힘을 기원해라.

△내가 하는 일이 세상에 필요한 일인가? 어떻게 하면 내 일을 더 잘할 수 있을까? 나는 대체하기 어려운 사람인가? 내가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가? 원하는 만큼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이 네 가지 가치를 대입해 보자.

△5년은 새 삶을 얻을 준비를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자신이 처한 원치 않는 상황을 즉시 바꿀 수는 없지만, 늘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는 있다. 약간 방향을 트는 것으로 목적지가 결정된다.

△부로 이끄는 ‘일’은, 끊임없는 고된 노동으로 이루어진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 이르러 좋아하는 일은 더 많이 하고, 끔찍한 일은 덜 하고, 정말 싫은 일은 거의 하지 않을 권리를 얻어냈다.

△너희가 최선을 다하게끔 돕는 친구, 잠재력을 발휘하길 바라는 친구를 내부자 집단에 포함시켜야 한단다.

△내 경험상, 나눔과 베풂만큼 성공의 법칙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치는 없었다.

△투자는 돈이 너를 위해 일하는 거야. 잠자면서 돈을 벌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죽을 때까지 일하게 될 것이다.

■‘부자의 언어: 어떻게 살아야 부자가 되는지 묻는 아들에게’(윌북·2020년)는….

미국의 척추 교정사 존 소포릭이 부동산 사업을 하며 부를 일군 과정에서 깨달은 바를 아들에게 전하기 위해 쓴 책이다. 각 장마다 부를 쌓은 가상의 정원사 이야기를 소설로 절반 가량 풀어냈고 나머지 절반은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을 정리했다. 정원사는 소년 지미가 어떤 방식과 마음 가짐으로 일하고 돈을 관리하며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지 차근차근 짚어준다. 농장 관리자, 이웃과 대화하고 교류하는 과정을 통해서도 정원사가 지닌 삶에 대한 철학을 보여준다. 저자는 각 장에 쓴 소설과 연결되는 주제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당부하고 싶은 말을 한다.

특별한 재능이나 전문적인 기술이 없던 저자는 휴가도 가지 못한 채 주6일 일해도 통장 잔고가 텅 빈 현실에 좌절하고 불안을 느꼈다고 말한다. 가족에게 어려움이 닥치거나 부모님이 노년에 도움을 청하면 삶이 쉽게 흔들릴 것이라는 두려움에 휩싸인다. 이에 삶의 방식을 바꾼다. 생활비가 적게 드는 시골로 집을 옮기고 임대용 아파트 투자 사업에 뛰어든다. 집을 수리해 되팔 때도 다른 사업자보다 더 완벽하게 집을 고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한다. 문제가 있다고 체념하지 말고 상황을 개선할 방법을 찾아내 실천하는 결단력이 필요하다는 걸 보여준다.

저자는 부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돈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닥쳤을 때 돈이 있으면 이는 사소한 문제가 되지만 돈이 없다면 가장 끔찍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그리고 부는 단기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며 오랜 시간 인내하고 노력해야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저자 역시 단숨에 많은 돈을 벌려다 곤경에 처하고 욕심을 앞세우다 투자금을 날린 경험을 털어놓는다. 하지만 실패하더라도 이를 고쳐 나가는 힘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돈이 없다고만 하지 말고 지출을 줄이거나 초과 수입을 얻는 방법을 마련해 돈을 저축하는 건 꼭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돈을 그냥 모으기만 해서는 안 된다.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을 이길 수 있는 곳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를 통해 자신이 잠자는 동안에도 돈을 벌 방법을 찾아야 한다. 원하는 만큼 돈을 벌지 못한다면 자신이 하는 일이 세상에 필요한 일인지, 어떻게 일을 더 잘할 수 있을지, 자신은 대체하기 어려운 사람인지, 자신의 일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지를 짚어보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단순히 돈을 버는 방법만 말하지 않는다. 삶을 살아가는 자세와 철학을 강조한다. 지금 당장 힘든 일이라도 미루지 말고 끈기 있게 하다 보면 좋은 결과로 돌아온다. 자신의 잠재력을 믿고 목표에 대한 확신을 가지라고 격려한다. 그러면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것을 얻게 될 수도 있다. 자신이 최선을 다할 수 있게 돕고 잠재력을 발휘하길 바라는 친구를 두는 것도 중요하다. 명상을 통해 중심을 잡고 세상을 현명하게 바라보는 눈도 키울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부와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베풀 것을 당부한다.

저자는 현실에 좌절하거나 체념하기보다는 어떤 방식으로 생각을 전환하고 생활에 변화를 일으켜야 하는지 예리하면서도 진솔하게 알려준다. 머리와 가슴을 강하게 후려치는 명언이 많다. 엄격하면서도 다정하고 내공 깊은 멘토를 만난 것 같다. 원제는 ‘The Wealthy Gardener: Life Lessons on Prosperity Between Father and Son’.

#부자의 언어: 어떻게 살아야 부자가 되는지 묻는 아들에게#월북#이주애 월북 본부장#존 소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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