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에 첫 얼음과 첫 서리
첫 얼음 4일, 첫 서리 9일 늦어
어제 이른 아침 최저 온도 영하 1.5도
◇앉아 있는 사람이나 길가는 사람이나 내려 쪼이는 여름 더위에 쫓기고 부대끼어 하루를 열흘 같이 성화로 보내며 이마 위에서 구슬 같은 땀방울이 쉴 새 없이 뚝뚝 떨어지던 여름철도 어느덧 자취 없이 가버리고 또다시 그 뒤를 이어 가을조차 몇 날이 못되어 마지막을 고하고 이제야말로 아침저녁 으로도 방안에서 손발이 선듯선듯한 겨울철을 확실히 당한 모양 같다. 더욱이 그저께 아침부터 불어오는 경성 시내의 초겨울 쌀쌀한 바람은 마친매 어제 아침에 이르러 금년에 이르러서는 첫번째 되는 서리(霜)가 오고 물이 얼었다는데 얼음(氷)의 부피는 팔분(八分)이나 되며 작년의 첫 번째 얼음보다는 매우 두터웠으며 금년의 첫 서리와 첫 얼음을 작년에 비하면 얼음은 나흘 동안이 이르고(빠르고)서리는 아흐레 동안이나 늦었다는데 어제 아침의 최저 온도는 영하 일도반이었으며 갑자기 이렇게 추워진 것은 중국 북부에 고기압이 일어나서 조선 안으로 발전된 까닭이더라.
〈1924년 10월 21일 동아일보〉
누구나 스마트폰 카메라로 가족과 풍경을 멋지게 찍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사진이 넘쳐나는 오늘을 살면서, 100년 전 신문에 실렸던 흑백사진을 한 장씩 살펴봅니다. 독자들의 댓글을 통해 우리 이미지의 원형을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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