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이끄는 대로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세상의 잣대보다 자신의 내면을 찬찬히 응시하며 한발 한발 나아간다. 가슴에 담긴 열정을 발산하는 이들을 그린 뮤지컬을 소개한다.
뮤지컬 ‘홀리 이노센트’ 청춘의 자유로움과 방황 그리고 열기
자유, 평화, 평등을 외치며 거리로 나온 사람들로 이글거리는 1968년 프랑스 파리. 미국에서 유학 온 호기심 많은 영화광 매튜는 쌍둥이 남매 테오와 이사벨을 영화관에서 만난다. 테오와 이사벨 역시 영화광이다. 영화와 젊음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닌 이들은 급속히 가까워진다.
2003년 개봉돼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몽상가들’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창작 뮤지컬 초연작이다. 원작 소설은 길버트 아데어의 ‘The Dreamers(원제 The Holy Innocents)’다.
테오와 이사벨은 부모님이 휴가를 떠나 둘만 있는 집에 매튜가 머물게한다. 68혁명의 물결 속에서 셋은 집이라는 그들만의 세상에서 영화 대사를 읊조리고 영화 속 장면을 재연한다. 꿈꾸듯, 때로 홀린 듯 이상을 노래하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청춘은 풋풋하고 싱그럽다. 어느 날 창문을 깨고 날아든 돌멩이 하나. 이들은 불현듯 현실 세계로 나가야함을 깨닫는다.
매튜 역은 유현석 윤은오 최재웅이 맡았다. 테오는 윤승우 문유강 김재한이 연기한다. 이사벨 역에는 정우연 선유하 이은정이 발탁됐다. 혁명 운동가인 자크 역은 박희준 고수민이 맡았다.
남매 이상으로 가까운 테오와 이사벨의 관계에 의아함을 느끼면서도 그들에게 이끌리는 매튜, 독특하고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이사벨, 혁명을 동경하면서도 선뜻 행동에 나서지 못하는 테오. 각기 다른 색깔을 뿜어내는 이들은 감각적인 언어와 이색적인 낭만으로 무대를 채색한다. 이상향을 꿈꾸며 환희에 차오르다가도 마주한 현실에 혼란을 느끼는 청춘의 순수하면서도 불안정한 감정선이 섬세하게 다가온다.
작품에 등장하는 1950, 60년대 영화는 기존 틀을 거부하고 혁신과 자유로움을 추구한 프랑스 영화 운동인 누벨바그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하다. 세련된 음악은 이야기와 매끄럽게 어우러진다. 영화 ‘몽상가들’이 보여준 파격을 무대에서 구현한 방식과 비교해보는 재미도 적지 않다.
12월 8일까지. 서울 종로구 링크아트센터드림 드림 1관.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명화와 어우러진 뜨거운 예술혼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그의 명작을 빼어난 시각적 효과로 풀어낸 창작 뮤지컬이다. 빈센트 반 고흐와 동생 테오 반 고흐가 나눈 애틋한 교감을 그린 2인극으로, 2014년 초연돼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10년 간 관객들이 꾸준히 찾으며 스테디셀러로 안착하고 일본과 중국 등 해외에도 진출한 건 작품이 지닌 힘 덕분이다.
테오는 빈센트가 세상을 떠난 뒤 형의 유작전을 열기 위해 그림과 편지를 정리하며 그에 담긴 추억을 떠올린다. 세상으로부터 외면 받지만 그럼에도 처절하게 그림을 그리는 빈센트의 삶이 가슴 시리게 다가온다. 그런 형을 감싸고 지지해주는 테오는 마음을 따스하게 다독인다. 가난하고 외로운 빈센트, 그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안식처가 되어준 테오가 서로 마음을 나누는 과정을 잔잔하면서도 묵직하게 그렸다. 빈센트가 테오와 실제 주고받았던 편지 700여 통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구성했다.
배우들은 탄탄한 연기로 무대를 채운다. 빈센트 역은 정상윤 김경수 박유덕 홍승안이 맡았다. 테오는 박유덕 황민수 박좌헌 김기택이 연기한다. 빈센트와 테오 두 역할을 모두 맡은 박유덕은 초연부터 2019년 시즌까지는 테오 역으로, 2022년 시즌에는 빈센트 역으로 무대에 각각 서며 모든 시즌을 함께 했다.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은 빈센트의 그림이다. ‘별이 빛나는 밤’, ‘까마귀가 있는 밀밭’, ‘감자를 먹는 사람들’, ‘자화상’, ‘해바라기’ 등 그의 대표작들을 3D 프로젝트 맵핑 기술을 통해 움직이는 영상으로 무대에 구현했다. 까만 하늘에 영롱하게 빛나는 별, 황금빛으로 물든 밀밭을 날아오르는 까마귀, 아몬드 나무에서 피어나는 꽃 등 생동하는 명작은 시선을 사로잡으며 뭉클함을 선사한다. 빈센트의 삶과 의식을 담아낸 이들 그림은 무대 전체를 채우기도 하고 때론 사각형 가방 같은 소품에 살포시 내려앉기도 한다. 무대와 소품들을 하나의 캔버스로 활용한 영리함이 돋보인다. 선우정아의 음악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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