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佛서 활약 중인 김기민-박세은
14년 만에 국립발레단 공연서 호흡
‘라 바야데르’ 전석 3분 만에 매진
“기민이는 오늘날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무용수예요. 한국에 오기 전, 파리오페라발레단 동료들에게 ‘우주대스타’ 기민 킴이랑 공연하러 간다고 자랑하고 왔어요.”
“세은 누나는 제가 초등학생 때 ‘같이 춤추자’며 쫄쫄 따라다닌 동경의 대상이었어요. 순혈주의가 강한 파리오페라발레단에 한국인 단원이 늘어난 건 세은 누나의 활약 덕분이죠.”
다음 달 1, 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에 주인공 역으로 출연하는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에투알(수석무용수) 박세은(35)과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32)이 이렇게 말했다. 27일 예술의전당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였다. 두 사람이 14년 만에 파트너로 만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회차당 약 2000석 규모 티켓은 3분 만에 매진됐다. 둘의 호흡은 2010년 유니버설발레단 ‘라 바야데르’가 마지막이다.
소속 발레단의 시즌 공연이 한창인 때, 두 사람이 시간을 쪼개면서까지 이번 무대에 오르기로 결심한 이유는 뭘까. 이들은 “처음으로 함께 춤춘 곳이 15년 전 국립발레단이었기 때문에 더 뜻깊다. 특히 한국에서 전막 발레에 출연할 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입을 모았다. 김기민은 “2010년 ‘라 바야데르’에선 내 욕심이 지나쳤다. 이번엔 누나의 춤이 돋보이도록 뒤에서 잘 받쳐주겠다”며 웃었다.
두 사람은 2011년 나란히 유럽에 진출하면서 세계적인 무용수로 도약했다. 그해 각자 마린스키발레단과 파리오페라발레단에 입단한 김기민과 박세은은 2015년과 2021년에 소속 발레단 사상 첫 동양인 수석무용수가 됐다.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에서는 김기민이 2016년, 박세은이 2019년에 최고 무용수상을 수상했다.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추는 ‘라 바야데르’는 프랑스어로 ‘인도의 무희’를 뜻한다. 고대 인도를 배경으로 힌두 사원의 무희 니키야와 전사 솔로르 간 비극적 사랑을 그린다. 박세은과 김기민은 각각 니키야, 솔로르 역으로 춤춘다. 이번이 네 번째 ‘라 바야데르’인 박세은은 같은 작품에 지금까지 100회 가까이 출연한 김기민을 이렇게 치켜세웠다.
“진심에서 우러나는 느낌이 있고, 작품의 모든 버전을 다 해석하고 있어요. 2015년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기민이가 ‘라 바야데르’를 추고 간 후 동료들이 기민이의 영상을 돌려봤죠. 당시 부상을 당하고도 춤을 잘 추는 모습에 동료들이 놀라던 기억이 나요.”
세계적인 발레 스타를 꿈꾸는 한국인 무용수들에게 이들은 본보기다. 박세은의 입단 이후 현재 파리오페라발레단에는 한국인 무용수가 총 7명으로 늘었고, 마린스키발레단에는 발레리노 전민철이 입단할 예정이다. 박세은은 “후배들은 신체 조건으로도, 기술적으로도 훨씬 좋아지고 있기에 조언을 해주기는 어렵다. 예술은 행하는 본인이 정답을 찾아가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기민은 이렇게 답했다.
“꿈이 한 가지에 그치면 단조로운 예술가가 될 수밖에 없어요. 다른 방향을 무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선배로서 그런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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