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담아낸 작은 목각인형 세계로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0월 30일 03시 00분


국립민속박물관 특별전 ‘꼭두’
김옥랑 꼭두박물관장 50년 수집
기증품 1100여개 중 250개 공개

옆구리에 낫을 꽂은 한 남성이 호랑이를 타고 있다. 갓을 쓰고 초록 관복을 입은 표정이 제법 근엄하다. 망자가 타는 상여를 장식하는 인형 ‘꼭두’ 중 하나다. 이 ‘호위무사 꼭두’(사진)는 망자를 저승으로 안내할 뿐 아니라 각종 위협으로부터 지켜주는 것을 상징한다.

국립민속박물관은 23일부터 기획전시실1에서 특별전 ‘꼭두’를 열고 있다. 김옥랑 꼭두박물관장이 지난해 민속박물관에 기증한 꼭두 1100여 점 중 250여 점을 소개한다. 김 관장은 20대 때 한 골동품 가게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목각 인형을 본 뒤 매력에 빠졌고, 그 후 50여 년간 전국을 돌아다니며 꼭두들을 수집했다고 한다.

전시는 3부로 구성됐다. 1부 ‘낯섦, 마주하다’에서는 사람들이 지붕에 올라 죽은 이의 옷을 흔들어 혼을 부르는 ‘초혼(招魂)’ 의례를 재현하고, 망자를 곁에서 보살피는 ‘시종 꼭두’를 배치했다. 신선과 선녀, 부처, 승려 등 망자를 위로하는 다양한 꼭두도 함께 볼 수 있다. 2부 ‘이별, 받아들이다’에서는 죽음을 영원한 세계로 가는 여행으로 여길 수 있도록 돕는 ‘광대 꼭두’ 등을 배치했다. 광대 꼭두들은 망자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악기를 연주하고, 재주를 부린다.

3부 ‘여행, 떠나보내다’에서는 호위무사 꼭두와 실제로 장례에 사용됐던 상여를 함께 배치해 망자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것처럼 전시장을 꾸몄다. ‘꼭두와 떠나는 여행’이라는 이름의 ‘에필로그’ 공간에서는 마침내 저승에서 편안히 쉬고 있는 망자의 이야기를 담은 실감형 미디어아트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민속박물관 임세경 학예연구사는 “전시장에 가득한 다양한 꼭두의 모습을 보며 사람들이 ‘좋은 죽음’의 심오함을 음미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전시는 내년 3월 3일까지. 무료.

#국립민속박물관#꼭두#목각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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