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고음질 음악감상 인기 늘어
카페 청음회 순식간에 예약 마감돼
“함께 듣고 얘기 나누려 멀리서도 와”
지난달 24일 서울 용산구의 ‘포스트팝’. 영국 밴드 ‘라디오헤드’의 3인조 프로젝트 그룹 ‘더 스마일’의 정규 앨범 발매를 기념하는 리스닝 파티가 열렸다. 시작 직후 20, 30대 방문객 10여 명이 작은 매장을 가득 메웠고 앨범 전곡을 즐기기 시작했다. 몇몇은 편안한 좌석을 뒤로 한 채 소리의 좌우 균형이 가장 잘 맞는 ‘스위트 스팟’에 서서 눈을 감은 채 음악을 감상했다. 1시간 가까이 이어진 감상회가 끝나자 사람들은 열띤 목소리로 감상평을 나눴다. 직장인 장영하 씨는 “음악은 혼자서도 들을 수 있지만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과 좋은 스피커로 음악을 즐기고자 파티에 왔다”고 말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특정 앨범이나 엄선된 플레이리스트를 여럿이 함께 감상하는 음악감상회(음감회)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포스트팝에서 25일 진행된 비틀스의 앨범 ‘애비 로드’ 음감회는 선착순 접수 인원 약 10명이 즉시 마감됐다. 서울 마포구의 ‘스튜디오 오오이’는 하이파이 스피커, 앰프, DAC 장치 등이 완비된 24평 규모의 앤티크한 공간에서 매달 주제를 바꿔 일주일씩 음감회를 운영하는데, 역시 예약 시작 즉시 마감된다.
수년 전부터 유행이 된 LP카페도 ‘아무 데나 가지 않는’ 식으로 진화했다. 어중간한 청음 설비가 아닌 하이파이 오디오 시설이 완비된 곳을 찾는 것. 29일 찾은 서울 중구의 ‘헬카페 뮤직’은 수천만 원대 스피커로 음악을 들려주는 것으로 잘 알려져 평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젊은 층의 발길로 북적였다. 세계적인 하이파이 오디오 브랜드 탄노이의 ‘웨스트민스터 로열’ 모델을 사용한다. 카페를 방문한 박은현 씨(34)는 “보급형 스피커로 LP를 틀어 주는 곳은 이제 감흥이 덜하다. 더욱 풍성한 소리를 접해 보고 싶어 집에서 한 시간 반이 걸리지만 굳이 찾아왔다”고 했다. 서울 광진구의 ‘헤르츠커피로스팅’ 역시 탄노이의 ‘코너 캔터베리’ 스피커를 사용해 마니아층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이는 보다 진화된 ‘청음 트렌드’란 평가가 나온다. 강태규 음악평론가는 “음악을 듣는 방식조차도 흔한 것을 거부하려는 것이 요즘 젊은 세대”라면서 “특히 홈 오디오, 음악 큐레이션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팬데믹 이후 취향이 세분화, 고급화하면서 스마트폰이나 가정용 오디오로 음악을 듣는 데 한계를 느낀 영향도 있다”고 했다. 포스트팝을 운영하는 김민형 씨는 “스트리밍 시대 이후 음악을 앨범이 아닌 음원 단위로 소비하게 되면서 아쉬움을 느낀 젊은 층의 반응이 좋다.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고, 감상평을 나누며 함께 공부할 수 있어 재방문율도 높은 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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