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사원과 밥을 먹는 부장이 됐다고 상상해 보자. 당신은 앳된 직원에게 “최근 도파민 중독 세태를 어떻게 생각해요?”라고 묻는다. 당차게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모습을 떠올렸다면 편견일 가능성이 높다. 저자가 경험한 통계적 정답은 이렇다. ‘얼어붙는 연기를 한다.’
책은 이처럼 기성세대의 관념과 다른 일본의 ‘요즘 젊은이’를 분석한다. 겉보기엔 활기차지만 딱히 하고 싶은 일 없이 최대한 묻어가려 하며, 협조적이지만 시키는 일 이상은 하지 않는 이들이다. 연령대는 대학생부터 20대 초반을 상정했다. 일본 이시카와현의 가나자와대 교수인 저자가 학교와 기업체에서 직접 겪은 일화를 소상히 녹여 냈다.
여러 퀴즈와 사고 실험을 제시하며 젊은층에 대한 인식을 깨부순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라는 납작한 꼬리표는 진취적 이미지를 부여했다. 그러나 책은 이들이 “결정이라는 행위에 강한 공포와 스트레스를 느낀다”며 “성실한 이미지를 풍기되 불필요한 말과 행동을 삼감으로써 어른을 조종한다”고 말한다.
회식은 무조건 싫어할 것이라는 예상도 정면으로 반박한다. 사생활을 중시하고 출세에 관심이 없는 이들이지만 회식 참석 비율은 오랫동안 이어진 감소 경향에서 벗어나 다시 증가세라는 것. 이에 대해 저자는 “착한 아이이고 싶은 젊은층에겐 단호히 거절할 만큼 확고한 자아가 없고, 주변에 맞추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곳곳에 일본 정부 등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제시해 논지를 뒷받침했다.
일본의 젊은층을 다루기에 우리나라 현실과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대목이 더러 있다. 그러나 유토리 교육(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난 경험 중시형 교육)과 경기 침체 등을 ‘착한 아이 증후군’의 원인으로 꼽았다는 점에서 비슷한 추세를 밟고 있는 한국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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