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상담가 저자의 자전적 소설
소시오패스의 삶 진솔하게 고백
◇내 안의 무뢰한과 함께 사는 법/패트릭 갸그니 지음·우진하 옮김/248,264쪽·각1만6800원(전2권)·쌤앤파커스
살면서 남이 아끼는 물건을 부수고 싶었던 적이 있는가. 혹은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싶단 충동을 느끼거나, 누군가의 물건을 훔치고 싶었던 적은 있는가. 만약 살면서 이런 충동을 겪은 적이 있었다면 당신은 ‘소시오패스’ 성향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당신이 범죄자라는 말은 아니다.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반(反)사회적 인격장애를 앓고 있지만, 이 성향은 범죄로 실현되지 않을 수 있다. 두려움, 죄책감, 연민을 남들보다 덜 느끼지만 제어할 수도 있다.
미국에서 심리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정신건강 컨설턴트인 저자는 자전 소설인 신간에서 자신을 소시오패스로 소개한다. 연구에 따르면 20명 중 1명이 소시오패스 성향을 지니는 만큼 흔한 성향이라는 것이다. “내 이름은 패트릭 갸그니, 소시오패스”라는 도발적인 첫 문장을 시작으로 소시오패스에 대한 편견을 산산이 부순다.
저자는 어릴 적부터 소시오패스 성향이 엿보였다. 초등학생 때 옷장에 숨겨둔 비밀 상자에는 온갖 훔친 물건이 가득 차 있었다. 자신을 약 올리는 친구의 머리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연필로 찍어버린 적도 있었다. 상급생들이 화장실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아무 이유 없이 문을 걸어 잠그면서 쾌락과 해방감을 느꼈다. “매사에 무감각한 나는 어떤 일까지 저지를 수 있을까?”
하지만 저자는 큰 범죄를 저지르진 않았다. 엄마가 “사랑하는 사람에게만큼은 모든 걸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얘기하라”며 저자에게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려줬기 때문이다. 남편 역시 한없이 저자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믿어줬다. 저자는 두 아이를 키우면서 깨달았다. 누구든 모자란 부분은 있고, 보살핌과 사랑이 이를 채워준다는 사실을 말이다. “순수한 사랑은 행복 속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고난과 절망 속에서 탄생한 행복은 거칠고 낯설지만 색다르다.”
자신의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가며 소시오패스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도전하는 입담이 인상적이다. 다만 ‘평범한 사람’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아이를 키우고 늙어갈 미래를 꿈꾸고 싶다는 저자의 메시지는 좀 상투적이라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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