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서
음악-무용-무대미술 어우러진 ‘방랑자, 영웅의 여정’ 16일 공연
고독-슬픔-구원 등 다섯 스테이지
“인생은 끝없는 여정이고 방랑입니다. 세계를 다니며 여러 언어로 노래를 부르다가 고국에서 내 언어를 찾았죠. 여기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걸 보여주자고 마음먹었습니다.”(사무엘 윤)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서울대 교수)이 음악과 무용, 무대미술이 어우러진 ‘종합예술적’ 리사이틀을 펼친다. 16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방랑자, 영웅의 여정’ 공연이다. 비주얼 아티스트 박귀섭(BAKi), 피아니스트 박종화(서울대 교수), 현악4중주단 아벨 콰르텟과 함께 성악 공연의 경계를 넓히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7월 소프라노 홍혜경과 베이스 연광철의 무대로 이어진 예술의전당 ‘보컬 마스터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기도 하다.
공연은 ‘고독’ ‘슬픔’ ‘혼돈’ ‘절망과 죽음’ ‘구원과 소망’의 다섯 스테이지로 구성된다. ‘고독’에서는 사무엘 윤이 부르는 슈베르트 가곡 ‘방랑자’와 박종화가 연주하는 슈베르트의 피아노곡 ‘방랑자 환상곡’이 한데 어울린다. ‘절망과 죽음’에서는 슈베르트 가곡 ‘죽음과 소녀’와 아벨 콰르텟이 연주하는 현악4중주 ‘죽음과 소녀’가 함께한다. 이 외에 말러 교향곡 5번 4악장, 브람스 교향곡 3번 3악장 등도 편곡 연주되며 인간의 고독에서 구원까지를 그려내는 오디세우스적 편력의 무대가 펼쳐진다.
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무엘 윤은 “예전부터 방랑에서 구원까지의 스토리가 있는 음악극을 생각해 왔다. 인간이 가진 절망과 희망, 밝은 기쁨의 이미지까지 펼쳐 보이겠다”고 의욕을 다졌다. 그는 2022년 9월 마포아트센터 M클래식축제에서 바리톤 김기훈과 듀오 콘서트 ‘도플갱어’를 열며 연극적인 요소를 무대에 도입한 바 있다.
그는 박귀섭의 작품전을 보러 갔다가 ‘꽂혀서’ 그에게 무대 작업을 부탁하게 됐다고 밝혔다. “저는 의도가 명확히 드러나는 아티스트를 좋아하죠. 이분이 최고라고 생각했습니다.”
발레리노 출신으로 미디어 영상 작업을 해온 박귀섭은 사무엘 윤으로부터 공연 의도를 전달받은 뒤 전체 줄거리를 ‘하루’라는 이미지로 표현하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새벽과 아침이 푸른색이라면 오후는 노란색이죠. 어둠과 빛의 이미지에 가사의 해석과 추상화를 닮은 무용수들의 춤을 더할 예정입니다.”
정처 없는 방랑자의 모습은 무대 위의 의자들로 표현할 계획이다.
“주인공은 의자를 발견하고 앉으려 하지만 의자의 방향 때문에 앉을 수 없습니다. 이를 통해 정착할 수 없는 방랑자의 이미지를 연출하게 되죠.”
이번 공연에서는 아벨 콰르텟도 무대 의상을 입고 서서 연주하는 등 새로운 시도들에 동참한다. 아벨 콰르텟 리더인 바이올리니스트 윤은솔은 “우리도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고 싶은 팀이기에 가능한 한 다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향곡을 현악4중주와 피아노로만 연주하는 등 낯선 부분들도 있지만 편곡이 절묘하게 돼 다행”이라고 전했다. 피아니스트로 참여하는 박종화에 대해 사무엘 윤은 “감정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피아니스트다. 악보에 없는 부분이 무대에서 나올 수 있다”며 ‘자세한 것은 비밀’이라고 웃음을 지었다.
“저는 가곡에 대한 호기심에서 성악가가 됐지만 유럽에서 오페라 가수로 살았습니다. 2년 전 ‘도플갱어’ 무대에서 시가 함께한 무대에 엄청난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았죠. 관객들이 온전히 집중해서 몰입할 수 있는 무대를 꾸며 보겠습니다”라고 사무엘 윤은 다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