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지나친 몰입, ‘갓생’ 아닌 중독입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1월 9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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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디톡스/애나 렘키 지음·고빛샘 옮김/200쪽·2만4000원·흐름출판


일할 때도, 쉴 때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치열한 업무가 끝난 뒤엔 도통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넷플릭스에서 최신 콘텐츠를 챙겨 보거나 지친 몸으로 헬스장에 가고, 친구들과 ‘번개’를 잡아 진탕 술을 먹기도 한다. 요즘 사람들의 이 같은 행동을 두고 책은 이렇게 지적한다. “열정이 아닌 중독이다.”

현대사회에 이르면서 인간은 각종 고통과 불편함으로부터 보호받았다. 그러나 이는 무기력과 불안을 낳았고, 결국 도파민 중독의 사슬로 이어졌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 책은 중독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도록 돕는 4주짜리 자가 치료 매뉴얼을 함께 담아냈다.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정신의학과 교수인 저자는 중독된 물질 또는 행동을 스스로 진단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 이를 자기 삶의 맥락 안에서 분석해볼 수 있는 ‘일생 도파민 차트’, 중독 물질과 인지적 장벽을 쌓을 수 있게 만드는 ‘자기 구속 연습’ 등 꼼꼼한 자가 치료 도구를 제시한다. 24시간 단위로 나누어 중독 수준을 계산하도록 하는 등 객관적 자가 진단 방법도 담겼다.

디톡스 연습이 최소 4주간 이뤄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경과학자 노라 볼코의 임상 경험에 따르면 중독된 물질이나 행동을 중단한 뒤 10∼14일째에 오는 고비를 넘기면 3, 4주부터 완만한 행복감을 느끼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중독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담긴 점도 흥미롭다. 사소한 거짓말을 일삼는 이들이 중독에 더욱 취약하다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진실을 말하는 습관은 쾌락과 고통의 균형을 인식하고 그 간극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저자는 “의지력은 무한한 자원이 아니다”라며 의지만으로 도파민 디톡스를 할 수 없음을 강조한다. 절제를 돕는 실제적인 장치를 곳곳에 만들어 둬야 하는 이유다. 디지털 중독을 막기 위해 애초에 휴대전화에 필수 앱만 받아 놓는다거나 운동 중독이 우려될 경우 예정한 운동 직후 지인과의 약속을 잡아두는 식으로 과한 몰입을 막을 구체적 방법 등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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