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프트노믹스’ 탄생하기까지
스토리텔링-브랜드 정체성 등
테일러 스위프트 성공 비결 분석
◇제국의 설계자/크리스토퍼 마이클 우드 지음·플랫폼 9와3/4 옮김/248쪽·3만2000원·파이퍼프레스
‘스위프트노믹스(Swiftnomics).’
미국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와 경제학이라는 뜻의 ‘이코노믹스(Economics)’를 합친 신조어다. 그가 투어를 다니는 도시마다 공연을 보러 온 팬들이 대거 몰려 돈까지 ‘펑펑’ 쓰고 간 덕분에 지역 경제까지 덩달아 살아나는 그의 막대한 경제적 파급력을 뜻한다.
현재 그에겐 음악으로만 억만장자가 된 최초 뮤지션, 재산 2.1조 원을 가진 최고 여성 부자, 팝의 아이콘, 그래미상의 ‘올해의 앨범상’ 역대 최다 수상자 등 수식어들이 차고 넘친다.
미국은 물론 세계 유명 인사로 거듭난 스위프트가 어떻게 지금과 같은 독보적 문화 아이콘이 될 수 있었는지 조명한 신간이 나왔다. 그가 걸어온 인생, 음악 이야기 등 기존에 잘 알려졌던 내용과는 다르다. 신간은 철저히 사업적 관점에서 그를 조명해 풀어냈다. 원제는 ‘테일러 스위프트를 통해 배운 사업 교훈(Business Lessons From Taylor Swift)’으로 한국 제목보다 직관적이다.
스위프트는 문화 영역을 넘어 사회, 정치적으로도 영향력이 크다. 최근 미국 허리케인 ‘헐린’으로 미 남동부가 피해를 입자 기꺼이 68억 원을 구호자금으로 내놓으며 젊은층으로부터 막대한 지지를 받았다. 6일 판가름 난 미 대선 국면에선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지지를 공표하며, 세몰이에 성공하는 듯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폭풍’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
20여 년간 조명 프로그래머로 팝스타들의 투어에 참여했던 경험을 토대로 스토리텔러이자 브랜드 컨설턴트로 활동 중인 저자는 스위프트와 관련한 15가지 키워드를 바탕으로 ‘스위프트 제국’이라는 하나의 사업체를 설명한다.
그가 꼽은 키워드는 ‘스토리텔링’ ‘브랜드 정체성’ ‘위기 관리’ ‘지식재산권’ ‘파트너십’ 등이다. 저자는 “음표, 화음이라는 음악적 도구 넘어 스위프트에겐 스토리텔러로서 천재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아티스트들과 달리 스위프트는 창작과 경영이 합쳐진 일체형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한다.
부정적 여론을 딛고 일어선 스위프트의 리스크 관리 능력도 높게 평가한다. 카녜이 웨스트 등 동료 연예인과의 불화에 의도적으로 침묵하다 음악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성추행 피해로 법정 다툼에 휘말렸을 땐 ‘1달러’ 배상금을 청구하며 “금전적 이득이 아니라 원칙을 지키는 문제”임을 강조했다. “논란이나 위기를 새로운 성장을 위한 촉매로 활용하는 것은 스위프트와 성공한 기업들이 맞닿은 지점”이라고 책은 설명한다.
스위프트가 성공한 가수임에는 틀림없으나 그의 여러 이야기들을 모두 성공을 위한 토대로 끼워 맞춘 ‘견강부회식’ 해석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저자가 스위프트의 측근이 아니어서 내밀한 얘기가 담기지 않은 점도 아쉽다. 하지만 지금 ‘팝 세계의 지배자’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봤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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