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부터 중국 거주 美 저자… 강사로 근무하며 두 세대와 소통
자유 원하면서도 국가에 순응… MZ세대 인민, 30년 간극 무색
◇젊은 인민의 초상/피터 헤슬러 지음·박경환, 윤영수 옮김/608쪽·3만2000원·글항아리
최근 중국이 한국인 여행객에 대한 비자를 돌연 면제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중국 도시들의 마천루와 명품 매장, 고속철도 같은 첨단 인프라의 모습들이 넘쳐난다. 반면 유튜브나 페이스북까지 닫아 놓는 정보 통제도 그곳에 존재한다.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외국’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미국인인 저자는 두 세대에 걸쳐 중국의 젊은 세대에게 깊숙이 다가갈 수 있었다. 1990년대에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 당시 쓰촨성에 속했던 소도시 푸링의 사범대에서 2년 동안 강의했다. 이후 중국 주재 잡지 기자로 일했고 2019년 충칭의 쓰촨대에서 논픽션을 강의하기 시작했다. 그의 쌍둥이 딸들은 관영 초등학교에 보냈다. 한 세대 전 학생들과의 인연은 편지 교신으로 이어졌다. 긴 시간을 건너뛴 두 개의 강의 경험이 책의 중심을 이룬다.
한 세대 전의 젊은 사범대 학생들은 소박하고 특징 없는 옷을 입었다. ‘연애를 하다 적발되면 공산당 입당 금지’ 같은 어처구니없는 규율이 존재했고, 교재에는 ‘자본주의가 동성애를 만든다’ 같은 주장들이 적혀 있었다.
30년 가까이 지나 젊은이들은 키가 커졌고 개성 있는 옷을 입게 됐지만 예전과 바뀌지 않은 것들도 있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얘기를 할 때마다 강의실은 조용해졌고 학생들은 고개를 떨어뜨리거나 눈길을 피했다. 많은 학생이 서구 사회의 자유로움을 동경했지만 중국 체제의 문제점을 거론하는 해외의 시각에는 ‘애국적’ 분노를 표했다.
쌍둥이 딸들의 학교 얘기도 책의 중요한 부분을 이룬다. 아이들의 증조부인 저자 아내의 조부는 중국인으로 미국에 건너갔다가 돌아와 광산업을 하다 공산당원들에게 살해당했다. 그의 증손녀들이 공산주의를 상징하는 장식물을 하고 학교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보는 저자의 마음은 복잡하다. ‘중국 교육은 미국식 소그룹 탐구 대신 효율성과 전문성에 집중한다’는 설명은 공산주의와 무관한 오늘날 한국의 교육 현장과도 통하는 것처럼 들린다.
2019년 쓰촨대 게시판에는 ‘헤슬러가 계속 강의하도록 하는 것은 반역 행위’라는 글이 올라왔다. 학생이 교수를 고발하는 이른바 ‘쥐바오(擧報)’가 저자에게 일어난 것이다. 그 직전,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처음 문제로 대두되던 시기에 저자는 강의실에서 “미디어의 역할 중 하나는 정부가 숨기고 싶은 것을 보도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당시엔 위기를 넘겼지만 저자는 2년 만에 명확한 이유 없이 대학에서 재계약을 거부당했고 미국으로 돌아온다.
우한에서 저자가 만난 작가 팡팡(方方)의 말은 오늘날 중국 체제의 문제를 대변한다. 팡팡은 팬데믹 발생 전후의 얘기를 담은 ‘우한일기’를 썼고, 초기의 정부 대처의 문제점 못지않게 이후의 효율적 대처도 소개했지만 책은 출간이 금지됐다. 그는 저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은 바이러스를 다루는 방식과 똑같은 방식으로 과거를 다룹니다. 톈안먼 광장 학살 같은 특정 역사의 장면들을 격리시켜 버리죠.” 원제 ‘Other Rivers’(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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