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최대 J팝 공연 ‘원더리벳 2024’
AKB48-실리카겔 등 한일 40개팀
3일간 공연에 2만5000여명 몰려
“아이(愛·‘사랑’을 뜻하는 일본어 단어)와 아이가 마주친 건 기분 탓이 아니었겠지. 마음과 마음이 스쳐 지나간 걸 알았으면 좋았을걸.”
10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 일본 가수 도미오카 아이(22)가 국내 최대 규모의 J팝 축제 ‘원더리벳 2024’에서 자작곡 ‘Good bye-bye(굿 바이바이)’의 첫 소절을 한국어로 개사해 부르자 객석에서 함성이 터졌다. 갈색 야구 점퍼 차림에 붉은 기타를 든 도미오카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서정적인 멜로디를 돋보이게 했다. 관객들은 호응을 유도하는 그의 목소리에 맞춰 노래를 따라 불렀다. 이날 그는 ‘I wanna’를 비롯해 ‘Missing you’ 등 7곡을 연달아 열창했다.
8∼10일 사흘간 열린 ‘원더리벳 2024’에는 일본 대표 걸그룹 AKB48과 모던 록밴드 스미카, 한국 인디밴드 실리카겔 등 양국 가수 40개 팀이 무대에 올라 관객 2만5000명을 끌어모았다. 첫날에는 스미카가 헤드라이너(간판 출연자)로 출연했고, 둘째 날에는 일본 힙합 듀오 크리피 너츠와 싱어송라이터 미레이가 나왔다. 그동안 일본 가수들의 단독 내한 공연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이처럼 많은 일본 가수들이 한꺼번에 무대에 선 페스티벌은 처음이다. 최근 몇 년 새 국내에서 일고 있는 ‘J팝 열풍’에 따른 것이다. 원더리벳 관계자는 “최근 대중적으로 확산되는 J팝 인기로 인해 관심을 가진 일반인들과 충성도 높은 기존 J팝 팬들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 공연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한 도미오카는 2022년 데뷔한 여성 싱어송라이터로, 일본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대표곡 ‘굿 바이바이’가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주목받은 뒤 보이그룹 엔하이픈의 선우와 한국 걸밴드 QWER이 커버 곡을 불렀다.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역 부근에서 진행된 도미오카의 ‘깜짝 버스킹’에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린 데 이어 올 9월 한국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그는 공연 직후 동아일보와 만나 “내 노래는 완전 J팝 스타일인 데다 영어도 많아 한국에서 인기가 있을 줄 몰랐는데 많은 분들이 사랑해 줘서 너무 놀랍고 기쁘다”며 “앞으로 많은 한국 가수들과 협업하는 등 활발히 한국 활동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2주에 한 번씩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이날 일본 걸그룹 사쿠라자카46의 무대도 객석을 한껏 달궜다. 회색 정장 차림으로 ‘OVERTURE’, ‘승인욕구’ 등 10곡을 부르자 관객들이 노래 박자에 맞춰 ‘어이!’를 연달아 외쳤다. 공연장을 찾은 사쿠라자카46의 팬인 임모 씨(30)는 “일본에 가야만 볼 수 있었던 아이돌들을 국내에서 한꺼번에 만나 볼 수 있어 꿈만 같다”고 했다. 한국 걸밴드 QWER이 ‘고민중독’, ‘내 이름 맑음’ 등 히트곡 8곡을 부른 데 이어 ‘베텔기우스’로 유명한 남성 싱어송라이터 유리(유우리)가 헤드라이너로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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