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들리 스콧 ‘글래디에이터2’ 내일 한국서 세계 최초 개봉
콜로세움 60% 크기 세트 물채워… 바다 오가는 해전 실감나게 재현
“로마 냄새까지 맡도록 역사 고증”
익숙한 서사-밋밋한 연기는 아쉬워
《“돌격!” 고대 로마 콜로세움에서 벌어지는 모의 해전 ‘나우마키아’. 루시우스(폴 메스컬)의 지시에 맞춰 검투사 수십 명이 절도 있게 노를 젓는다. 검투사들의 얼굴엔 어떤 두려움도 없다. 검투사들의 배는 곧 로마 군단의 배에 강하게 충돌한다. 불이 나고 연기가 가득하다. 검투사들은 망설이지 않고 로마 배로 뛰어 들어간다. 커다란 검으로 냉정하게 로마 군인들의 목을 자르고 심장을 꿰뚫는다.》
로마 군인들은 겁에 질려 콜로세움을 가득 채운 물 아래로 뛰어든다. 곧 상어가 다가와 온몸을 갈가리 찢는다. 로마 시민들은 자신들의 군인들이 죽는데도 오히려 환호한다. 전쟁에 빠져 로마를 구렁텅이로 몰고 간 ‘쌍둥이 황제’처럼 잔혹하게 소리친다. “죽여라! 죽여라!”
로마 검투사의 운명을 그린 영화 ‘글래디에이터’(2000년)가 24년 만에 돌아온다. 13일 세계 최초로 국내 개봉하는 영화 ‘글래디에이터2’로. 전작은 박진감 넘치는 액션과 고대 로마를 웅장하게 표현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5관왕에 오른 명작. 전 세계에서 4억6058만 달러(약 6429억 원)를 벌어들인 전작을 만든 거장 영화감독 리들리 스콧(87)이 다시 메가폰을 잡았다.
신작은 전편의 주인공이었던 최고의 검투사 막시무스(러셀 크로)가 콜로세움에서 죽음을 맞이한 뒤 20여 년이 흐른 후가 배경이다. 막시무스와 공주 루실라(코니 닐슨) 사이의 혼외자인 루시우스가 어릴 적 생존을 위해 로마를 떠났다가 다시 검투사로 로마에 입성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신작이 방점을 둔 건 ‘물’이다. 전작이 로마 콜로세움의 단단한 땅에서 벌어지는 결투를 실감 나게 그렸다면 신작은 물을 다양하게 활용한 연출이 돋보인다. 예를 들어 신작은 아카시우스(페드로 파스칼) 장군이 이끄는 로마 군단이 북아프리카의 해안 도시 누마디아를 침공하는 첫 장면을 해전으로 웅장하게 표현한다. 수백 척의 로마 함대가 지중해를 가득 채우고, 각종 무기를 이용해 해안 성벽을 부수는 장면 덕에 아이맥스 등 특별관에서 영화를 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영화 중반부 ‘살라미스 해전’을 모티브로 한 대규모 모의 해전도 볼거리다. 스콧 감독은 콜로세움을 실물 크기의 60% 축소판 세트로 지었다. 물을 채우고 상어를 푼 뒤 옛 로마의 수전극(水戰劇)을 실감나게 재현했다. 제작비 3억1000만 달러(약 4325억 원) 이상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을 만큼 액션 장면에 공을 들였다. 스콧 감독은 지난달 25일 국내 언론과의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엔터테인먼트가 목적인 영화지만 로마의 건축, 의상, 생활 양식까지 세세하게 조사해 역사적 정확성을 추구했다”며 “그 시대 로마의 냄새를 맡을 수 있을 정도로 준비했다”고 했다.
다만 서사는 아쉽다. 루시우스가 아내를 잃고 로마에 복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후반부엔 아버지가 사랑한 로마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이야기는 누구나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148분에 달하는 상영 시간이 길다고 의식해서일까. 검투사들을 부리는 야심가 마크리누스(덴절 워싱턴)가 영화 후반부 로마의 권력을 잡기 위해 벌이는 계략은 다소 성급하게 압축한 듯하다.
전작이 황제 콤모두스(호아킨 피닉스)의 폭정 열연으로 주목받았지만, 신작의 쌍둥이 황제 게타(조지프 퀸), 카라칼라(프레드 헤킨저)의 연기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15세 이상 관람가였던 전작과 달리 청소년 관람 불가라는 점도 흥행엔 걸림돌이다. “속편은 위험한 작업이다. 다들 1편보다 별로일 것이라 생각한다”는 스콧 감독의 말처럼 관객의 기대가 높은 ‘속편의 저주’가 흥행을 저해할 수도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