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95㎡(약 59평) 규모의 전시실 안에 가로 35cm, 세로 50cm의 모형 책이 놓여 있다. 천장 프로젝터로 쏜 외규장각 의궤(儀軌) 영상이 책장에 가득 담긴다. 종이 질감을 흉내낸 천 재질의 페이지를 넘기자, 다른 영상으로 바뀐다. 번역 버튼을 누르면 의궤의 한자가 한글로 번역되는 ‘마법’이 일어난다.
이것은 15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공개되는 ‘외규장각 의궤실’ 내 비치된 의궤 실물 크기의 ‘디지털 책’이다. 진열장 안에 있는 의궤와 달리 책장을 넘기며 의궤를 간접 체험할 수 있다. 김진실 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의궤는 한문으로 쓰여 피상적으로 알 수밖에 없는데 이번 전시에서 디지털 책을 도입해 관람객들의 이해를 도왔다”고 말했다.
2011년 프랑스에서 반환된 외규장각 의궤를 위한 별도의 전시 공간이 생기는 것은 처음이다. 앞서 박물관은 환수 후 두 차례 특별전을 연 뒤 1층 조선실 한편에 소규모로 의궤를 전시해왔다.
의궤는 조선시대 왕실의 주요 의식이나 행사의 전 과정을 그림과 글로 기록한 일종의 종합 보고서다. 이 중 정조(재위 1776∼1800년)의 명을 받아 강화도 외규장각에 봉안한 의궤는 왕이 보는 어람(御覽)용으로, 예부터 귀하게 여겨졌다. 1866년 병인양요 때 강화도를 침범한 프랑스군이 외규장각 의궤를 가져갔다가 고 박병선 박사(1923∼2011) 등의 노력으로 2011년 고국으로 돌아왔다.
전시의 백미는 어람용 의궤인 ‘장렬왕후존숭도감의궤(莊烈王后尊崇都監儀軌)’와 현존 유일본인 ‘종묘수리도감의궤(宗廟修理都監儀軌)’를 하나씩 넣은 진열장. 과거 외규장각과 비슷하게 기둥과 문살을 넣어 ‘왕의 서고’처럼 꾸몄다. 1686년 인조의 계비 장렬왕후에게 존호(尊號)를 올린 과정을 기록한 장렬왕후존숭도감의궤는 제작 당시의 표지가 그대로 남아 있어 가치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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