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발신기로 실시간 정보 관리… 올해부터 3년간 매년 새 위성 발사
지구적 차원서 동물의 생태 연구… 아프리카 돼지열병 신속하게 포착
지진 감지 등 ‘동물 육감’ 규명 기대… “생물 종 간 지식 연결하는 시대로”
◇동물 인터넷/마르틴 비켈스키 지음·박래선 옮김/304쪽·2만1000원·휴머니스트
“안녕? 나는 동아시아의 왜가리야. 지금 대한민국에 있는데, 올해 가을이 더워서 남쪽으로 출발이 늦어졌어. 이번 주에 갑자기 추워져서 걱정이 되지만, 동료들과 함께 머리를 짜내서 최선의 출발일과 경로를 찾고 있어. 다른 동물 친구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알려줄래?”
인간 외의 동물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런 글을 올리게 될 리는 없다. 하지만 지구상의 동물들이 처한 환경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는 있다. 동물들에게 발신기를 부착해 각각의 위치와 움직임(가속도), 고도, 온도, 습도, 기압, 자기장 등을 알아내고 이를 거대한 서버로 관리할 수 있다면 어떨까. 새들의 집단 이주에서 엘니뇨 같은 기후현상을 미리 감지하고, 위험에 처한 종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독일 막스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인 저자는 미국 일리노이대에 재직할 때 ‘생물원격측정법’의 시조 격인 빌 코크런과 알게 됐다. 코크런이 1980년대에 지빠귀들에게 단 발신기는 새들이 이동할 때 자동적으로 유전적 본능만 따르는 게 아니라 서로 대화하면서 고도와 방향을 논의한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저자에게 새로운 영감을 준 사람은 코크런과 친한 사이였던 전파공학자 조지 스웬슨이었다. 동물들에게 발신기를 달아 국제우주정거장이 수신하면 지구적 차원에서 동물들의 삶을 연구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였다. 2001년 이 얘기를 들은 저자는 ‘4년 안에 될 겁니다!’라고 외쳤지만 기대처럼 되어나가지는 않았다.
2020년에야 국제우주정거장을 사용하는 이카루스(ICARUS·우주를 통한 동물 연구 국제 협력) 프로젝트가 가동됐지만 러시아 과학자들이 핵심 기술을 빼내려 시도하거나 다른 프로젝트 때문에 통보 없이 우주정거장을 회전시키는 등 우여곡절이 따랐다. 결국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카루스는 올해 자신들의 첫 위성을 쏘아올렸고, 앞으로 2년 동안 매년 새 위성 발사가 예정돼 있다. 저자도 고백하듯이 이제 첫걸음을 뗀 단계다.
지구상의 여러 동물종이 발신하는 정보를 연결하는 ‘동물 인터넷’에 기대할 효과는 크다. 독일 멧돼지들에게서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발생하자 시스템은 이를 세 시간 만에 감지해냈다. 멧돼지들 귀의 움직임이 느려진 게 포착된 것이다. 지진 같은 환경이변 때 동물이 미리 알아챈다는 이른바 ‘동물 육감’도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동물에게 발신기를 달며 알아낸 사실과 일화들도 흥미롭다. 발신기를 부착한 새들은 비행에 이상이 없도록 몸의 지방 분포를 조정했다. 황새 ‘한지’는 동료들을 따라 이동하지 않고 바이에른의 농촌 한가운데 머무른 게 포착됐다. 움직임이 감지되므로 죽은 것은 아니었다. 찾아가 보니 한지는 잘 지내고 있었다. 후손을 본 농가가 감사의 의미로 (서양에서는 황새가 아이를 가져다준다는 속설이 있다) 한지를 ‘입양’한 것이다.
걱정거리도 있다. ‘동물에 의한’ 동물인터넷이 ‘동물을 위한’ 것이 될 수 있을까. 저자는 “우리가 다양한 생명에 귀 기울일 수 있다면 다른 종을 고려할 때 인간도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지구에서 앞으로의 일을 결정할 때 다른 종의 지식을 우리의 지식과 연결하는 것이다. 인류에서 종간(種間·interspecies)시대로, 모든 생물이 각자 적합한 방식으로 살아갈 때 인류도 번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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