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더미처럼 쌓인 폐지와 철근 더미, 해진 고무신이 굴러다니는 고물상. 이곳에서 자라는 오 남매에게 마당은 최고의 놀이터다. 고물 속에서 저마다 보물을 찾아낸다고 지루할 틈이 없다. 망원경, 못난이 인형, 구술…. 막내 쌍둥이들은 찌그러진 양은 냄비를 모자처럼 쓰고 보자기 망토를 두른 채 고물산 탐험을 떠난다. 학교에 다녀온 오빠와 언니들은 폐지더미에서 주워 온 동화책을 읽고, 누군가 쓰다 버린 종이 뒷면에 몽당연필로 그림을 그린다. 밤이 되면 요를 깔고 한 방에 오 남매와 엄마가 다닥다닥 붙어 곤한 잠을 청한다.
고물상에서 자라는 오 남매의 하루가 이처럼 신나고 따뜻한 건 부족한 중에도 아낌없이 나누는 엄마의 크고 깊은 마음 덕분이다. 주인 없는 누렁이, 고양이도 이 마당에 자리를 잡고, 갈 곳 없던 엿장수 아저씨들도 엄마가 만들어준 방에서 지내며 저녁이면 엿 대신 고물을 가득 싣고 돌아와 돈으로 바꾼다.
작가의 자전적 경험을 담아낸 책으로 오 남매가 다 번듯이 자랐다는 후기도 실려 있다. 풍요 속 빈곤에 시달리는 요즘 아이들에겐 진짜 행복의 의미를, 함께 읽는 어른들에게는 정겨운 향수를 안겨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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