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떠나 연구개발 매진하고
강도 높은 근무-파격적 보상
‘성공의 정석’으로 전성기 맞아
◇TSMC 세계 1위의 비밀/린훙원 지음·허유영 옮김/496쪽·2만5800원·생각의힘
격세지감(隔世之感)이란 이 책의 주인공인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한때 자회사를 통해 D램을 생산했다가 삼성전자와의 경쟁에서 완패해 사업을 접었던 이 회사가 지금은 엔비디아, 애플, 퀄컴 등이 설계한 최첨단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을 독점하면서 이 분야에서 압도적인 세계 1위 기업이 됐으니 말이다.
올 3분기 순이익만 약 3200억 대만달러(약 14조 원)를 거둬들이며 파운드리 분야 세계 점유율 60%를 넘긴 TSMC의 전성기가 아이러니하게도 D램 사업에서 철수한 후에 찾아왔으니, 세상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만약 그때 최고경영자(CEO)가 ‘못 먹어도 고’를 외쳤다면?
하이테크 전문 저널리스트이자 대만 반도체 산업을 30년간 취재해 온 저자가 올해 37주년을 맞은 이 기업의 설립부터 발전, 위기와 극복의 과정을 상세히 담았다. 눈여겨볼 대목이 한둘이 아니지만, 2000년 130나노 구리 공정 개발 때 엔지니어들이 자발적으로 1년 반 동안 가족을 떠나 연구개발에 몰두한 끝에 IBM을 꺾은 이야기는 지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자는 또 TSMC가 2016년 10나노 공정 개발 때 연구개발 인력 400여 명에게 ‘기본급 30% 추가, 성과급 50% 지급’이란 파격적인 조건을 걸고 24시간 3교대로 쉬지 않고 일하게 한 끝에 삼성전자와 인텔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었다고 말한다.
1등 기업이 된 요인이야 수없이 많을 테고, 또 운도 작용했겠지만, 강도 높은 근무 환경이 불만스러운 한 미국인 직원에게 마크 류 전 회장이 한 솔직한 말은 새겨들을 만하다.
“야근하기 싫은 사람은 이 업계에서 일하지 말아야 합니다.”(2부 11장, 긴 노동시간, 낙후된 소프트웨어, 인색한 직원 복지 중)
사실 읽다 보면 ‘비밀’이라 할 것도 별로 없다. 남보다 열심히, 더 많이 일하고, 그에 대한 충분한 보상과 겸손, 인맥이 아닌 실력으로 선택하는 후계자 등 우리가 다 아는 방법이 대부분이다. 더욱 치열해질 반도체 전쟁을 앞두고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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