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세 ‘오빠’ 조용필, 1만5천관객 인생을 하나로 아울렀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1월 24일 16시 03분


“팬들이 절 아직도 ‘오빠’라고 부릅니다. 내 나이 때 (이렇게) 할 수 있겠어요?”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 KSPO돔에서 열린 콘서트 ‘조용필&위대한탄생’. 검은색 선글라스에 빨간색 재킷을 입고 무대에 등장한 ‘가왕’ 조용필(74)이 1만5000여 명의 관객 앞에서 자신만만하게 외치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여성 팬들은 야광봉을 흔들며 “오빠”라고 환호했다. 이에 질세라 한 남성 팬이 “용필이 형님”이라 소리쳤다. 조용필은 폭소를 터트리며 이렇게 말했다. “같이 부르면 힘이 납니다. 운동하는 셈 치고, 노래방에 왔다고 생각하고 노래 부릅시다.”

조용필이 이어 마이크를 잡고 명곡들은 연달아 불렀다. 조용필이 ‘단발머리’(1980년)의 가사 ‘비에 젖은 풀잎처럼/단발머리 곱게 빗은 그 소녀’를 읊조리자 60, 70대 노년 여성 팬들이 그 시절 소녀로 돌아간 듯 눈을 반짝였다.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1990년) 가사 ‘별을 안고 싶어 소중한 건/모두 잊고 산 건 아니었나’가 울려 퍼질 땐 40, 50대 중년 남성 팬들이 번쩍 일어나 두 손을 좌우로 흔들었다. 지난달 22일 발표한 ‘그래도 돼’ 가사 ‘이제는 믿어 믿어봐/자신을 믿어 믿어봐’가 흐르자 20, 30대 팬들이 ‘떼창’으로 화답했다.

이날 공연은 지난달 22일 발매한 스무 번째 앨범 ‘20’을 기념해서 열렸다. 오후 6시가 되자 KSPO돔이 암전됐고 조용필이 무대에 등장했다. 객석의 누군가가 ‘조용필’ 이름 석 자를 연호했다. 장내는 순식간에 가왕을 찾는 함성으로 가득 찼다. 조용필은 ‘아시아의 불꽃’(1985년) 등 연달아 5곡을 부르며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주목할 건 공연이 세대 화합의 장이었다는 것. 조용필의 주 팬층인 중년 여성뿐 아니라 가족 단위로 찾아온 팬도 많았다. 한 여성은 초등학생 딸의 손을 단단히 잡고 노래를 따라불렀고, 노년의 부부가 어깨동무하며 콘서트를 지켜보기도 했다. 노모를 휠체어에 태우고 온 딸, 할머니부터 손녀까지 3대가 찾아온 모습도 보였다.

반응이 최고조로 이른 건 후반부 ‘모나리자’가 흘러나올 때였다. “정녕 그대는 나의 사랑을 받아 줄 수가 없나/나의 모나리자 모나리자”라는 열창에 팬들은 모두 일어나 방방 뛰었다. 조용필은 록스타처럼 직접 기타를 메고 밴드 ‘위대한탄생’과 함께 협주하며 흥을 돋웠다.

마지막 곡은 ‘바운스’(2013년). ‘심장이 Bounce Bounce 두근대 들릴까 봐 겁나’라고 외치며 조용필은 엄지손가락을 척 올렸다. 2시간 10분 동안 30여 곡이 이어진 공연에 지치지 않고 참여한 팬들을 향한 헌사였다. 공연장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조용필은 수십 번 외쳤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