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자 19명이 쓴 ‘한국 현대사 격동의 현장’[청계천 옆 사진관]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1월 25일 17시 03분


“사진이 곧 역사다.” 카메라로 기록한 ‘발로 쓴 역사’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격동의 시대를 누비며 세상을 담았던 사진기자 19명의 사진과 삶 이야기를 한 권에 담았다. 이의택, 송호창, 유재력, 윤석봉, 황종건, 전민조 등 전 동아일보 출신 9명과 로이터, AFP 통신사에 몸담았던 총 19명이 어려웠던 시절을 극복하고 사진기자라는 직업으로 활동하며 기록한 사진이다. 이들은 한 시대를 기록하고 포토저널리즘을 발전시켰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일보 나경택 기자에 의해 외국에 처음 보도된 사진.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일보 나경택 기자에 의해 외국에 처음 보도된 사진.
사진기자들은 4·19 학생의거, 5·16 군사혁명 등 한국의 민주화 운동과 역사의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고 사건의 현장에서부터 기획취재까지 늘 세상을 놀라게 하는 사진을 선보였다. 카메라로 불의에 저항하고, 사라져 가는 사회적 단면을 따뜻한 시선과 냉정한 시선으로 기록했다. 이제는 여든이 넘은 그들을 사진기자 후배들이 만나 당시 시대상과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래서 이 책은 마치 선배가 후배에게 전하는 따스한 조언과 같다.

(사)한국보도사진가협회는 언론사 사진기자 출신들이 모여 사진을 통한 사회적 공헌 활동을 하는 포토저널리스트 클럽이다. 이 책에는 현장에 뛰어들어 불굴의 투지로 사진 취재에 임했던 당시의 회고를 담았으며, 19명 사진기자들의 사진 철학과 인생 이야기도 들어있다. 시대를 풍미했던 사진기자들의 인생 대표작을 포함한 생생한 100여 컷의 사진도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의 인터뷰 영상은 유튜브(PJC 포토저널리스트클럽 채널)로도 만나볼 수 있다.

사진은 한 장으로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기도 하며 인간의 삶과 감정을 표현하는 예술이다.

때로는 긴 글보다 사진 한 장이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도 광주 민주화 운동의 사진첩을 보고, 실상을 접했고 인생이 바뀌었다고 회고했을 정도이다.

서재철이 촬영한 멸종 위기였던 한라산 노루(1961년 6월)
서재철이 촬영한 멸종 위기였던 한라산 노루(1961년 6월)
지난 30여 년간 격동했던 한국 현대사의 목격자였던 19명의 거장이 전하는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들은 그래서 흥미 있고, 의미가 깊다. 이 책은 광주민주화운동의 순간, 이한열 열사의 마지막 장면,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의 현장, 대연각호텔 화재 사건 필사의 탈출, 일본을 떠들썩하게 했던 킬리안 사진, 서울대 이동수 학생의 분신 사진, 도시와 자연의 변화, 88서울올림픽을 비롯한 스포츠 경기의 짧은 순간,너무나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자연 등 한국 현대사의 결정적인 순간들을 담아낸 사진을 수록하고 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그들이 현대사에 남긴 역사 기록의 발자취를 온전히 따라갈 수 있다.

이 책은 인터뷰 형식으로 한국 포토저널리즘 발전의 최전방에 서 있던 기자 19인의 삶을 담아냈다. 후배 사진기자들에게 털어놓은 19명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사진과 함께 깊은 울림을 준다. 또한 개인의 삶과 역사적 사건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 그리고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그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바라봐야 하는지에 관한 심도 있는 질문을 던진다.

지금도 머리맡에 카메라를 놓아두고 잠을 자고, 죽을 때까지 카메라 가방을 메고 다니겠다는 원로 사진기자들의 이야기는 생생하게 빛난다. 현장의 후배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메시지와 사진기자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애정 어린 조언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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