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작가 신작 ‘어떤 어른’
“늘상 어른을 관찰하고 있는 아이들
‘노키즈존’ ‘○린이’ 등 의미 잘 알아
아이들을 잘 대하는 법 생각해보길”
나의 유년시절 풍경에 어떤 어른들이 있었는지 잠시 떠올려 보자. 엘리베이터 문을 잡아 주거나 눈을 마주치며 길을 알려 주는 어른이 있는가 하면, 주변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갈 길만 가는 어른의 모습이 있다.
최근 ‘어떤 어른’(사계절·사진)을 펴낸 수필 작가 김소영(48)은 25일 통화에서 “어린이의 인생에 어떤 ‘신 스틸러’가 될 것인가 생각하는 마음으로 책을 썼다”고 말했다. “저도 많은 어른들을 보면서 성장했습니다. 부모님, 담임 선생님뿐만 아니라 담임이 아닌데도 이름 한 번 더 불러주신 선생님 등 많은 어른들의 영향을 받았으니 저 혼자 큰 게 아니지요.”
20만 부가 팔린 전작 ‘어린이라는 세계’(사계절)가 어린이를 동료 시민으로 존중하자는 메시지를 담았다면, 신간은 어린이 눈에 비친 어른을 조명한다. 미처 생각지 못한 순간에도 어른을 항상 관찰하는 아이들의 사례를 통해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까’를 고민하게 한다. 작가의 일터인 독서 교실을 비롯해 세탁소, 동네 식당, 학교 등 일상 공간에서 어린이와 어른이 서로를 바라보고 대화하는 다양한 순간을 포착했다.
어른의 말과 행동을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아이들과 지내다 보니 작가는 ‘노키즈존’ ‘○린이’ 같은 표현들에 거부감이 든다고 했다. 그는 “어린이에 대한 배제나 멸칭은 누구보다 어린이가 가장 민감하게 알아차린다”며 “어린이에게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제대로 가르치지 않으면 자신들이 배제당했던 방식으로 남을 배제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런 맥락에서 어린이 박물관이나 어린이 도서관을 따로 설치하기보다는 한 공간에서 어린이와 어른이 더불어 소통할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아이들이 어른 도서관에 가면 ‘어른도 책을 읽는구나. 우리한테만 읽으라고 하는 게 아니구나. ‘읽는 사람’들의 세계란 이런 거구나’를 알 수 있어요. 관람 예절도 자연스레 배우게 되고요.”
그는 어린이를 잘 대하는 건 결국 자기 자신을 잘 대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내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어른들이 나한테 어떻게 해줬는지 떠올리게 되고, 동네 마트에서 어린이 손님에게 잘 대해 주는 계산원 등 다른 어른들은 어떻게 하는지 관찰하게 된다”고 했다. “어린이에게 어른 역할을 잘하려면 저한테도 어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내 안에 상처가 많고 내 곳간이 비어 있어서는 어린이에게 내줄 게 없으니까요.”
당장 지금부터 어른들이 실천할 수 있는 ‘어린이 대하는 법’ 세 가지를 꼽아 달라고 했다.
“눈 마주치며 인사하기, 엘리베이터 문 잡아 주기, 반응이 기대 같지 않아 무안해도 또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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