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사랑한다’ 이형민 감독이 20년 전 화제가 됐던 소지섭 임수정의 패션에 대해 언급했다.
27일 서울 여의도 포스트타워에서 웨이브 뉴 클래식 프로젝트 ‘미안하다 사랑한다’(극본 이경희)를 연출한 이형민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어린 시절 호주에 입양된 후 거리의 아이로 자란 차무혁(소지섭 분) 송은채(임수정 분)를 만나 죽음도 두렵지 않은 지독한 사랑을 하는 이야기를 그리는 드라마로, 지난 2004년 방영 당시 수도권 기준 28.6%, 비수도권 기준 29.2%의 자체최고시청률을 기록, ‘미사 폐인’ 신드롬을 일으키며 인기를 끌었다.
이형민 감독은 ‘상두야 학교 가자’와 ‘나쁜 남자’ ‘힘쎈 여자 도봉순’ ‘우리가 만난 기적’ 그리고 최근작인 ‘낮과 밤이 다른 그녀’까지 다수 흥행작을 만들어온 감독이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16부작인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6부작으로 축약했다. 차무혁의 서사를 중심으로 차무혁과 송은채의 멜로, 그리고 가족 이야기에 집중했다.
이날 이형민 감독은 20년 만에 감독판을 선보인 데 대해 “너무 좋다”며 “웨이브에서 처음 이런 제안 들었을 때 좀 되게 영광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 제가 연식이 좀 있는 사람인 데다 드라마를 만든 지가 오래됐다, 트렌드도 많이 바뀌었고 또 우리나라가 많은 것들이 빨리 바뀐다, 게다가 지상파다 보니까 한 번 방송을 타고 나면 없어져 버리는데 그 지점을 웨이브에서 잘 캐치를 했더라”며 “‘띵작들’을 유튜브로 보는 사람이 많아서 국내 시청자들의 니즈는 있는데 그걸 쫓아가지 못하고 있었던 걸 웨이브가 그 지점을 잘 캐치를 한 것 같다”고 감독판의 기획 의도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한 이형민 감독은 “팬덤이 있는 드라마들이 다시 제작이 돼서 짧은 버전으로 기존 시청자들도 보고 새로 처음 보는 사람들도 드라마를 같이 향유할 수 있다는 생각에 좋았다”며 “작가님도 좋아했고 배우들도 좋아했다는 얘길 기사를 통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미 많은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았던 드라마를 리마스터링한 과정에서의 부담감도 털어놨다. 이형민 감독은 “웨이브에서는 고맙게도 다른 가이드라인이 없었다”며 “이걸 몇 개로 할 건가, 하나의 영화로 해보는 건 어떨까 이런 생각도 했었는데 웨이브에서는 ‘길이는 상관없다’고 하더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기존 팬들이 있는데 이 신들이 많이 날아가면 분명히 아쉬울 것 같더라”면서도 “그래도 타협이라기보다는 기본 원칙을 세우고 거기에 중요한 신들은 골격이 되는 신들은 건드리지 않았다, 특히 남녀 주인공인 소지섭 씨하고 임수정 씨 등의 중요한 신과 표정, 느낌을 거의 한 프레임도 버린 게 없다, 호흡이 사실은 늘어지면 안 되니까 그런 곁가지 되는 신들은 좀 많이 버리긴 했지만 중요한 신은 다 살렸다”고 설명했다.
과거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다시 본 감상도 전했다. 이형민 감독은 “당시 생방송으로 촬영했었다, 온에어로 방송하면서 찍다 보니까 그만큼 정교하지 못하게 편집이 돼서 방송 나가고 그랬다”며 “일단 트렌드가 좀 많이 바뀌었는데 당시엔 감성이 되게 사실적이고 현실적이더라, 어떻게 보면 촌스러울 수도 있는데 되게 스트레이트 하더라, 장점은 분명히 있는 것 같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저는 왜 이런 드라마가 요즘 없지 이런 생각도 조금은 있었다”며 “요즘은 일단 판타지가 많고 웹툰 베이스의 얘기들도 많고 장르물도 많고 잔인한 것도 많다, 뭐가 좋다 나쁘다 이런 것보다도 이런 우리나라의 한류가 시작됐던 그런 드라마들을 포함해서 다시 한번 왜 그랬는가를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또한 그는 “새로운 니즈에만 계속 맞추려고 했는데 그게 아니라 좋은 작품을 쓰는, 시청자들한테 재미와 감동을 주겠다고 하는 그 기본 얘기가 새로운 트렌드와 함께 그게 어느 정도 공존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형민 감독은 당시의 화제가 됐던 파격 패션과 스타일, 그리고 자연스러웠던 연기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당시 소지섭과 임수정의 연기에 대해 “지금 연기”라며 “옛날에 TV 연기가 있었다, 좀 과장되거나 정형화된 연기가 있었다면 두 배우는 그 인물과 그 캐릭터가 돼서 실제 말을 하고 행동을 하는 연기를 했다”며 “의상이나 헤어 스타일도 사실 그 당시에 조금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스타일이기도 했는데 오히려 그게 요즘하고는 맞는 것 같더라”고도 전했다. 이어 그는 화제가 됐던 임수정의 무지개 니트에 대해서는 “호주에서 그 신을 찍고 나서 나중에 그 신이 한 번 더 있어서 그런 의상이 필요했는데 협찬을 받지 않나, 그런데 배우가 옷을 못 구했다, 그게 다 팔렸다더라”며 “소지섭 씨 같은 경우에는 거리의 남자니까 헤어밴드부터 해서 약간 힙합 스타일의 담요 같은 거적때기 같은 걸 입었는데 그 캐릭터가 노숙인인데 소지섭 씨 아니면 소화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당시 뭔가 한번 저질러 보자 이런 시기였고 그런 열정이 있었을 때 저와 만나서 또 그 배우들도 그렇고 스타일리스트도 그렇고 다 원팀이 돼서 그게 잘 맞았던 것 같다”며 “그래서 그렇게 두 사람은 촌스럽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신드롬급 인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형민 감독은 “드라마가 그렇게 잘될 거라고 생각 안 했다”며 “경쟁작이 SBS의 ‘러브 스토리 인 하버드’였다”고 회상했다. 또한 그는 “당시 저는 미니시리즈를 한편 밖에 못 해봤다”며 “그런데 당시 ‘미안하다 사랑한다’ 폐인이라는 팬덤이 있었고 계속 재방송을 하면서 시청자들이 유입됐다”고 돌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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