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세군의 냄비는 세상이 추워질수록 뜨거워집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1월 29일 03시 00분


김병윤 구세군 한국사령관
“외환위기-코로나 등 위기 맞을 때… 자선냄비에 모인 금액 더 늘어나
6·25전쟁 중에도 중단되지 않고… 매일 나갈때도 단 한번 빈 적 없어”

김병윤 구세군 사령관은 “구세군 자선냄비는 우리 사회의 나눔과 따뜻함을 보여주는 상징”이라며 “거리 모금을 하다 보면 우리 국민이 참 정이 많고 따뜻하다는 걸 피부로 느낀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많이 넣지 못해 미안합니다’란 쪽지를 보면 마음 한편이 뭉클하지요. 자신도 넉넉지 않을 텐데….”

27일 서울 서대문구 구세군대한본영에서 만난 김병윤 구세군 제27대 한국군국 사령관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등 국가적인 어려움이 닥칠 때일수록 오히려 자선냄비 등을 통한 모금액이 더 늘었다”라며 “우리 국민 마음에 어려울수록 더 힘든 이를 생각하는 DNA가 흐른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구세군대한본영은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024 구세군 자선냄비 시종식’을 열고 다음 달 31일까지 전국 300여 곳에서 자선냄비 거리 모금에 나섰다.

―구세군의 역할을 아직 잘 모르는 사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영국에서 엄청난 극빈층이 발생했습니다. 이들을 도울 방법을 고민하던 영국 감리교 윌리엄 부스 목사가 1865년 가난한 소외계층을 돌보는 데만 집중적으로 특화한 신앙 조직을 만들었는데, 그게 구세군(The Salvation Army)입니다. 조직과 계급, 제복 등 모든 게 군대식인 것도 가장 효율적이고 일사불란한 조직 체계가 군대라 그걸 도입한 거죠. 그래서 목사 대신 대장, 사령관이라고 부르고요.”

―구세군 자선냄비가 100년 가까이 한 해도 안 거르고 이어졌다고요.

“6·25전쟁 중에도 중단된 적이 없으니까요. 1928년 흉년과 가뭄, 홍수까지 겹쳐서 수많은 노숙인이 발생하고 도둑질이 난무하자 당시 박준섭 사령관이 성탄절을 중심으로 약 보름간 서울 명동 등에 냄비를 걸고 모금을 한 게 시초지요.”

―국가적으로 어려울 때 모금액이 더 는다고 들었습니다.

“코로나19 때 자선냄비 등 전체 모금액이 2021년 81억 원, 2022년 125억 원, 2023년 138억 원으로 대폭 늘었어요. 모두가 힘들 때인데, 그런 속에서도 ‘나도 이렇게 힘든데 없는 사람들은 얼마나 더 힘들까’ 하는 생각을 더 많이 한 것 같습니다. 자선냄비에 금반지를 넣은 분도 있고, 어린 자녀들과 함께 돼지저금통을 가져와 그 자리에서 주고 가신 부모님도 계셨지요. 어떤 분은 ‘저도 어려워서 많이 넣지 못했습니다. 미안합니다’란 쪽지를 기부금과 함께 넣어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세상이 아직은 참 따뜻하다는 생각이 들지요.”

※참고로 구세군 회계연도는 전년 11월 1일∼당해 10월 31일이다.

―자선냄비 앞에서 하루 종일 모금 운동을 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만….

“2인 1조로 2시간씩 교대하는데, 횟수는 스스로 정할 수 있습니다. 한 번만 할 수도 있고, 쉬면서 몇 차례를 할 수도 있지요. 겨울에 추운 거리에 있으니 쉽지는 않아요. 구세군 사관들과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되는데 전국 300여 곳에, 한 달 동안 연인원 2만 명 정도가 모금 활동을 합니다.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찾아오시는 분은 매년 느는 추세예요.”

―올해도 참 쉽지 않은 한 해였습니다.

“거리 모금을 하다 보면 우리 국민이 참 정이 많고 따뜻하다는 걸 피부로 느낍니다. 무심하게 지나쳐 가는 것 같아도 단 하루도 빈 통으로 돌아오는 자선냄비가 없어요. 오히려 ‘저기서 했는데요…’라며 마치 또 못해서 미안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는 분도 있지요. 시대가 변했는데 자선냄비 같은 아날로그적 방식도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선냄비가 없는 연말 거리 풍경은 너무 삭막한 것 같아요. 모금 액수와 상관없이 빨간 자선냄비야말로 우리 사회에 나눔과 따뜻함이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는 상징이니까요.”

#김병윤#구세군#한국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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