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서 제트기-헬기 사용 본격화
2차 대전 이후 현대전 28건 분석
새 군사 기술-평가-교훈 등 다뤄
◇컨플릭트/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앤드루 로버츠 지음·허승철·송승종 옮김/3만8000원·760쪽·책과함께
1950년 6·25전쟁은 2차 세계대전과 비슷한 전략과 전술에 맞춰 작전이 진행됐지만, 장비는 새로웠다. 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도입된 제트기가 한반도에서 벌어진 전쟁에서 주력 항공기가 됐던 것이다. 또 1945년 이전에는 걸음마 단계로 사용됐던 헬기가 6·25전쟁에서 부상자들을 후송하기 위해 적극 사용됐다. 이후 헬기는 대규모 병력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운송하는 전쟁술의 핵심 요소가 됐다.
신간은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가자 전쟁까지 약 80년에 이르는 현대전 28개를 분석한 책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미 중부사령관을 지낸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와 영국의 군사사학자 앤드루 로버츠가 함께 썼다. 퍼트레이어스는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국 주도의 연합군을 지휘한 스타 장군이기도 하다.
책은 전장에서 어떤 전략이 성공하고 실패하는지를 분석한다. 특히 새로운 군사 기술과 무기의 등장, 군사 훈련 등 ‘전쟁의 진화’를 가져온 요소에 집중한다. 그렇기에 모든 전쟁에 대한 포괄적 역사를 다룬 책은 아니다. 대전차 무기의 정확도가 높아진 아랍과 이스라엘 간의 욤키푸르 전쟁, 대규모 탱크 공격 전술을 사용한 미국과 이라크 간의 걸프 전쟁 등은 다뤄도, 동일한 교훈을 주는 전쟁이나 소규모 게릴라전은 다루지 않았다.
책은 전쟁의 경과와 평가,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을 함께 제시한다. 예를 들어 저자는 “중국 국공내전은 마오쩌둥의 소규모 게릴라 부대가 서방이 지원하는 정부를 상대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도시에 병력을 집중시키고 철로를 따라 분산 배치하는 장제스의 전략은 기동성이 뛰어난 공산당 게릴라의 공격에 취약했기 때문이다.
또 6·25전쟁은 핵무기 개발 후 ‘상호 확증파괴’의 시대로 접어들었음에도 제한전이 수행될 수 있었음을 보여준 전쟁이라고 평가한다. 필사의 의지를 가진 시민군이 5개국의 연합군을 이긴 이스라엘 독립전쟁, 고전적 기습 전쟁인 6일 전쟁 등이 등장한다.
저자들은 2022년 2월 이후 지속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푸틴의 오판’이라고 비판한다. 우크라이나를 열흘에 걸쳐 침공해 6개월 만에 완전히 합병하려는 계획을 세울 정도로 우크라이나를 우습게 본 것이 ‘전술적 실패’였다는 것. 러시아는 키이우 점령을 위해 군사력을 집중하지 않고, 7개 이상의 축선으로 분산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대전차 유도 미사일 체계, 자살 드론 등 정밀 화력을 집요하게 투입해 러시아의 보급선을 파괴했다.
또 생각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리더십에 기반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저항도 강했다. 절대적으로 물자와 군사력이 중요했던 과거와 달리 경제·문화적 제재 등 비폭력적 전쟁의 중요성도 커졌다.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은 이를 “20세기식 침공이 21세기식 방어로 저지됐다”고 평가했다.
전쟁의 성공과 실패 사례에서 군사 전략가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면서 읽을 수 있는 책. 또 사이버 전쟁과 드론 등 최신 전쟁 전술에 대한 지식도 풍부히 들어 있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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