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도 융합의 시대… 기존 불교공부만 해선 포교시장 개척 힘들어”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2일 03시 00분


박사학위만 7개 딴 자현 스님

“진정한 불교 공부는 현실의 학문과 적극적으로 융합될 때 이뤄진다고 믿으니까요.”

지난달 26일 경기 김포시 중앙승가대에서 만난 자현 스님(불교학부 교수·한국불교학회장·사진)은 박사 학위를 7개나 딴 이유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이렇게 말했다. 성균관대 동양철학(율장), 고려대 철학(선불교), 동국대 미술사학(건축)·역사교육(한국 고대사)·국어교육(불교 교육)·미술학(고려 불화)·부디스트 비즈니스학 박사인 그는 지금은 심리상담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발표한 논문만 190여 편. 논문 잘 쓰는 법을 담은 ‘스님의 논문법’, 공부 노하우를 담은 ‘스님의 공부법’이란 책까지 냈다.

자현 스님은 “세상과 적극적으로 교류, 융합하지 않고 그들만의 고립된 섬에 갇힌 종교는 모두 사라졌다”고 말했다. 쉬운 예로 그 많은 유무형 불교 문화유산이 있음에도 연구·조사·보수·관리 등 이를 세상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부를 하는 스님이 많지 않다는 것. 그는 “현대는 융합과 복합의 시대이고 따라서 여러 전공을 공부하며 각각의 연결을 시도하는 사람도 계속 나올 것”이라며 “기존 불교 공부만 해서는 새로운 포교 시장을 개척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원래 공부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이런 안타까움 때문에 하나둘 공부 범위를 넓히다 보니 어느새 내년 여름쯤에는 8번째 박사 학위(심리상담)를 따는 데까지 오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달콤한 덕담 대신 ‘뼈 때리는 말’을 해주는 멘토로도 유명하다.

“지금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는 ‘어른들이 잘못해서’ ‘사회가 문제지’ 등의 몇 마디 위로로 해결될 수 없습니다. 아프더라도 현실을 직시할 수 있게 해줘야지요. 인생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현실이 성적순이 아니면 왜 그런 말이 나왔겠습니까.”

물론 그가 젊은이들, 특히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청년들의 마음을 일부러 아프게 하려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다 공부를 잘할 수는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것. 사람은 모두가 다 다르고, 각자 자신에게 맞는, 자신이 더 잘할 수 있는 것이 있기에 그것을 찾기 위해서는 아프지만 먼저 현실을 인정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현 스님은 “이 우주에 똑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고, 자신만의 장점이 없는 사람도 없다”며 “남들이 ‘좋은 것’이라고 규정지은 것, 선호하는 것을 못 가졌다고, 가질 능력이 되지 못한다고 속상해할 필요는 없다. 나만의 ‘쓰임’이 어떤 것인지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종교#융합#자현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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