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시상식 참석 위해 주초 출국… 6일 노벨박물관 방문해 소장품 기증
10일 시상식 ‘한강’ 소개도 한국어… 발등 오는 이브닝드레스 입을 듯
시상식 전후 공식행사 7개 소화
《10월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한동안 언론과의 접촉을 삼간 채 집필 활동을 이어가던 한강이 10일(현지 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시상식을 앞두고 이번 주초 출국한다. 그는 6일 노벨박물관 물품 기증식을 시작으로 기자회견, 강연, 시상식 등 스웨덴 노벨재단이 주최하는 총 7개의 공식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한강은 6일 오전 첫 공식 일정으로 노벨박물관을 방문한다. 수상자들은 자신의 소장품을 박물관에 기증한 뒤 이곳 의자에 서명을 남긴다. 노벨상 100주년을 기념해 2001년 설립된 노벨박물관은 알프레드 노벨과 역대 노벨상 수상자들의 업적을 조명하는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기증 행사 자체는 비공개로 진행하는데, 한강이 어떤 소장품을 기증했는지는 추후 발표한다. 한강은 이날 오후엔 국내외 언론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연다.
시상식 사전행사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다음 날인 7일 스톡홀름 증권거래소에서 열리는 수상자 강연이다. 모든 부문의 노벨상 수상자들은 1시간가량 강연을 여는 것이 관례. 특히 언어의 귀재인 노벨 문학상 수상자들의 강연문은 이후 책으로 출간될 정도로 큰 관심을 모은다. 한강은 이날 모국어인 한국어로 강연을 하며, 이후 노벨상 홈페이지에 번역문(스웨덴어 및 영어)이 게재된다. 이날 강연은 유튜브로 생중계될 예정이다.
문학계에 따르면 한강은 자신의 작품 세계 전반을 회고하는 내용으로 강연문 초고를 작성해 지난달 중순 스웨덴 한림원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문학계 인사는 “한강이 자신의 작품처럼 진중하고 차분한 분위기로 강연문을 썼다고 들었다”며 “10월 포니정 혁신상 수상 소감에 들어간 잔잔한 유머 코드는 이번엔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포니정 시상식 당시 한강은 “어쩌면 살아 있는 한 언제까지나 세 권씩 앞에 밀려 있는 상상 속 책들을 생각하다 제대로 죽지도 못할 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고 농담을 던져 객석의 웃음을 자아냈다.
집필 과정에서 보이는 한강의 완벽주의 기질이 이번 노벨상 강연문 작성에서도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초고 제출 후에도 최근까지 글을 계속 수정하는 등 마지막까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것. 앞서 한강은 2021년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를 펴내고 북토크를 열면서 “제가 좀 끝까지 고치는 스타일이라 편집자님을 힘들게 한다”며 “출력 넘어가는 날까지 전화해서 또 고치겠다고 했더니 (편집자가) ‘지금 출력 넘어갔는데…’라고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하이라이트인 10일 시상식에서도 한국어를 들을 수 있다. 한림원 관계자가 물리·화학·의학상에 이어 네 번째로 문학상 수상자를 스웨덴어로 약 5분간 소개하면서 수상자를 연단으로 이끄는 마지막 문장을 수상자의 모국어로 말하는 게 관례여서다. 예컨대 “친애하는 한강 작가님, 국왕 폐하로부터 노벨 문학상을 받기 위해 앞으로 나서주실 것을 요청하며 스웨덴 한림원의 따뜻한 축하를 전합니다”라고 말하는 식이다. ‘작별하지 않는다’를 스웨덴어로 번역한 박옥경 번역가가 한국어 번역을 맡았다.
시상식에서 한강은 발등까지 오는 이브닝 드레스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 시상식에서 남성은 연미복, 여성은 이브닝 드레스를 각각 입는다. 이때 수상자 출신 국가의 전통의상을 입는 것도 허용된다.
스톡홀름의 주요 관광명소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청’으로 꼽히는 스톡홀름 시청에선 7일부터 한강의 대형 초상화 조명을 볼 수 있다. 한강의 얼굴 이미지를 담은 조명을 청사 외벽 전체에 걸쳐 비추는 것.
한편 한강은 이번에 스웨덴으로 출국하면서 아들이나 부친인 한승원 작가와 동행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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