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된 콩으로 각종 양념류를 담가먹는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이 됐다. 이로써 한국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23건을 보유하게 됐다.
유네스코 무형유산 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는 3일 오후(현지 시간)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열린 제19차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를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에 등재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는 발효된 콩으로 된장, 간장, 고추장 등을 담가 먹는 문화로, 장 담그는 과정의 지식과 신념, 기술을 모두 포함한다.
장 담그기는 2018년 한국의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 뒤 2019년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신청대상으로 선정됐다. 2022년 등재신청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한 뒤 지난달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가 사전 심사 결과 ‘등재 권고’ 판정을 내리면서 사실상 등재가 확실시돼왔다.
위원회는 장 담그기가 공동체 평화 조성에 기여한다고 봤다. 위원회는 “한국의 장 담그기는 주부를 중심으로 다양한 성별과 연령, 각기 다른 사회 계층의 가족 구성원에 의해 수행된다”며 “이는 가족의 정체성을 반영하며 가족 구성원 간의 연대를 촉진한다”고 설명했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게기로 보편적이라 오히려 간과될 수 있는 생활 관습 분야의 무형유산이 지닌 사회적, 공동체적, 문화적 기능과 중요성을 환기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헀다.
기본 양념인 장은 오랜 기간 한민족의 밥상을 책임져 왔다. 그 연원이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삼국사기에는 신라 신문왕(재위 681∼692년) 때 왕비를 맞으면서 보내는 폐백 품목에 ‘장’과 ‘시(䜻·장의 일종)’가 포함돼 있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조선 시대 왕실에서는 장을 보관하는 창고인 장고(醬庫)를 관리하는 상궁인 ‘장고마마’를 따로 둘 정도로 장을 중시했다.
한국의 장 만들기는 콩 재배와 메주 만들기, 장 만들기와 가르기, 숙성, 발효의 과정을 아우른다. 특히 메주를 띄운 후 된장과 간장을 만들고, 한 해 전 사용하고 남은 씨간장에 새로운 장을 더하는 한국의 전통 방식은 중국, 일본과도 다른 독특한 방식으로 평가받아 왔다. 또 장은 낮은 온도에서 발효를 시작해 점차 온도가 올라가는데, 이 과정에서 재료들이 가진 맛이 서로 어우러져 단맛, 쓴맛, 신맛, 짠맛을 모두 갖추게 된다.
이번 등재 결정에 따라 한국이 보유한 인류무형문화유산은 총 23건이 됐다. 우리나라는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2001년)이 처음 등재된 후 △판소리 △강릉 단오제 △강강술래 △남사당놀이 △영산재 △제주칠머리당영등굿 △처용무 △가곡 △대목장 △매사냥(여러 나라 공동 등재) △택견 △줄타기 △한산모시짜기 △아리랑 △김장문화 △농악 △줄다리기(여러 나라 공동 등재) △제주해녀문화 △씨름(남북 공동 등재) △연등회 △탈춤 등의 인류무형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장 담그기는 가족 내에서 전승되어온 집안의 역사와 전통을 담고 있으며, 한국인의 일상 문화에 뿌리를 이루고 있다”며 “이번 등재를 통해 국민들이 우리 음식문화에 자부심을 갖고 소중히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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